기고/칼럼대법원 판결 뒤집은 행정심판위...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나

2026-03-10

하승수 대표가 언론에 기고한 기사입니다.


2024년 6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경상북도 행정심판위원회가 대법원 확정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어떤 폐기물업체가 경주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심판에서 경상북도행정심판위원회가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사실상 동일한 사건에 대해 이미 2019년 대법원에서 업체 측의 패소판결이 확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경위를 보면 이렇다.

같은 위치에서 산업폐기물매립장을 하려는 업체가 경주시의 불허가(부적합통보)처분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대법원에서는 업체가 패소했다. 이후 업체만 바꿔서 같은 위치에 산업폐기물매립장 인·허가 신청을 다시 했고, 경주시는 다시 불허가 처분을 했다. 그런데 업체가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2024년 6월 경상북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행정심판 제도의 허점이 법치주의의 근본을 뒤흔드는 상황에까지 이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법원이 분쟁에 대한 최종판결을 해야 하는데, 행정심판위원회가 대법원 판결을 뒤집었으니, 이보다 심각한 상황이 없다. 이런 상황이 되어도 경주시나 주민들은 행정소송조차 제기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행정심판 제도이다.

이런 제도의 허점을 고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행정심판 제도가 업체를 위한 제도가 되지 않으려면, 최소한 행정관청의 불허가 처분을 뒤집는 시·도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결정)에 대해 주민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기회라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입법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사실상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 시·도 행정심판위원회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행정심판의 객관성·독립성을 강화할 대책을 시급하게 세워야 한다.

더불어 지금은 주민들이 행정심판이 제기된 사실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행정심판이 제기된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질적 당사자인 주민들은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업체가 행정심판에서 승소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최소한 행정관청이 주민들에 알려주기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이해관계에 있는 제3자가 행정심판에 참가할 수 있는 '참가제도'를 활용할 기회라도 보장받을 수 있다.

오늘도 행정심판 때문에 환경권, 행복추구권을 위협받고 있는 주민들이 있다. 행정심판이 업체를 위한 제도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행정심판법을 손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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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뒤집은 행정심판위...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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