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본활동[농農익는 대화] 군수를 바꿔 산업단지를 막아내다_김용자 사리면 대기마을 이장

2024-05-07

'농農익는 대화'를 통해 농본이 가진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인터뷰를 담을 예정이다. 이번 농農익는 대화에서는 전 사리산업단지・산업폐기물매립장반대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낸 김용자 괴산군 사리면 대기마을 이장과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충북 괴산군 사리면 주민들이 협심하여 괴산메가폴리스산업단지 조성 백지화를 이끌어낸 곳으로 처음에 산업단지만 들어오는 줄 알았던 주민들이 산단 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포함하여 외지의 폐기물까지 처리하는 매립장이 지어진다고 하자, 대대로 내려져온 농토와 주민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농촌을 향한 무분별한 개발을 저지하고 주민 스스로 마을을 지켜낸 이야기를 소개한다.



시민단체 활동가가 농촌마을 이장이 된 사연

하승수  오면서 보니 면 소재지가 크더라고요. 사리면에는 총 몇 개 마을이 있나요?

김용자  27개요. 면 소재지를 중심으로 제가 이장을 맡고 있는 대기마을을 포함해서 백마권역으로 묶이는 9개 마을이 있어요. 옛날부터 농공단지가 있어서 농사짓는 사람보다 공장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요새는 사람이 많이 줄었죠. 증평, 청주로 일 가는 사람들이 늘어서 그런 분들은 증평에 있는 아파트로 많이 나가셨어요.

하승수  원래 김용자 이장님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에서 활동하셨었죠? 그리고 사무실에 꽂혀 있는 자료들을 보니 대학원도 다니신 것 같은데 원래 어떤 활동을 하셨었나요?

김용자  네, 경실련에서 2005년까지 일했었죠. 그때 하 변호사님을 처음 뵌 거 같아요. 경실련 다니면서 도시행정도 공부했고요. 그전에는 경기개발연구원에 있었어요.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공부하고 나와서 경기개발연구원의 도시지역기획부에서 일했었죠. 그러다 경실련에서 1999년도에 도시개혁센터에서 도시공학 전공자를 뽑았어요. 그래서 경실련으로 이직해서 처음에는 도시 쪽에서 일했죠. 도시대학도 하고, 재개발, 재건축, 그린벨트 해제 이슈도 많으니 관련해서도 일을 했어요. 

예산감시는 차차 하게 되었죠. 공공 건설 예산감시, 민간자본 유치(이하 민자 유치)에 대한 건, 입찰제도 개선 등을 맡았는데 그때 기억나는 활동은 지하철 9호선 담합 신고해서 과징금 수십억 물리게 한 게 있죠. 민자 유치 SOC(사회기반시설), 그게 지금까지도 문제가 돼요. 최저가 낙찰제나 감리제도, 건설 쪽에 관심을 두고 했었죠. 핵심은 다 건설에 있어요. 돈의 흐름은 다 거기 있고 그래서 그 건설 오적이랑 싸우는 일을 했는데 뭐, 계란으로 바위 치기죠. 안 되더라고요.

그 뒤에 희망제작소가 만들어지면서 창립 멤버로 합류해서 1년 일했죠. 어쨌든 너무 힘들게 일을 했는데 다행히 그때 뿌리 센터에서 일하면서 지역 일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지역도 다니고 일본도 다니면서 지역의 중요성, 지역 얘기를 많이 했죠. 그렇지만 서울에서 지역 얘기를 하는 게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고향으로 내려가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고향으로 내려가서 뭘 할지 고민하다가 그때 처음 ‘깨가 쏟아지는 마을’(편집자 주: 김용자 이장이 운영 중인 참기름, 들기름 가공 사업장)을 구상했어요. 그리고 귀농을 준비하는 와중에 농어촌공사 농촌 활력 사업본부에서 사람을 뽑더라고요. 귀농하기 전에 농촌에 관해 공부하면 되겠다 싶어서 계약직으로 들어갔어요. 운 좋게 뽑혀서 2년 동안 전국 신활력사업, 향토산업특화사업을 하고 다니면서 농민분들도 많이 만나고 농촌・농업 현장을 많이 돌았죠. 그러다가 2010년도에 고향으로 완전히 내려왔죠. 지금도 그때 모았던 자료들을 여전히 가지고 있어요. 




농촌・농업 이론과 현실 사이

하승수  ‘깨가 쏟아지는 마을’은 언제 시작하신 거예요?

김용자  2012년도요. 한 10년 됐는데 그때는 잘될 것 같았어요. 농사지어서 그냥 1차 농산물만 파는 게 아니라 가공해서 부가가치 높여 판매하는 게요. 근데 하다 보니 안에서 펜대만 굴리던 이론가들이 불가능한 걸 하게끔 만든 거라는 걸 깨닫게 되었죠. 일본 사례를 그대로 답습해서 6차 산업 해야 한다. 생산, 판매, 가공까지 다 해야 한다고 정책을 도입한거죠. 

사실 농민은 농사짓기도 힘든 거예요. 1차 산업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데, 거기에 2차, 3차를 하라고 하는 거는 그냥 죽으라는 거예요. 가공과 판매는 새로운 영역이에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거고 새로운 경험을 요구하는 건데 이걸 보고 농민보고 하라는 거죠. 기존에 가공했던 영농조합법인 같은 경우는 유지는 돼요. 거기는 애초에 가공하고 판매하는 사람들 별도로 뽑아서 운영했기 때문에요. 

그런데 일반 농민들한테 농가에서 너희들 소규모로 해라? 네, 저도 처음에는 될 줄 알았는데 보니까 이건 다 구라, 허상이었더라고요. 10년 해보니까 안 되는 걸 했더라고요. 제가 지금 하는 건 참기름, 들기름 짜서 파는 단순한 거잖아요. 판매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필요로 하지만 말이죠. 어쨌든 이 단순한 것도 쉽지 않아요. 

중간에 들깨가 너무 많이 남아서 쌓여 있는 들깨 판다고 들깨강정을 했었는데 강정은 해썹(HACCP) 인증을 해야 판매할 수 있더라고요. 의무예요. 소규모 해썹은 좀 쉽다고 했는데 소규모든 대규모든 다 일정 규모가 돼야 하는 거예요. 사람을 한 명 고용해야 하고.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만드는 거 자체도. 또다시 억대로 투자가 돼야 하는데 일반 농가에서 그걸 어떻게 해요? 그래서 접었어요. 1년 하고 날렸죠. 한 5천만 원 정도 날렸어요. 이 공장을 그래서 지은 건데 일부만 쓰고 일부는 놀리고 있죠. 그러니까 농민들에게 지금 해썹이니 6차 산업이니 요구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앉아서 펜대만 굴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의 정책을 만들어서 부작용이 엄청 심한 것 같아요.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컨설팅 업체만 엄청나게 커졌어요. 중간에 있는 관련 업자들의 농간이라고 봐요. 저도 지금 날린 게 엄청 많거든요. 돈은 컨설팅 업체, 설비업자들이 벌죠. 요즘 들어 점점 그런 지원 사업들의 예산이 커지는데 이게 참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1차 생산만 잘해서 그것만 제대로 유통만 돼도 농민들은 정말 행복할 거예요. 1차 농산물에 대한 품질을 높이는 방법,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 생산했을 때의 신선함을 유지하며 보관・판매할 수 있는 방법, 수요처와의 연결 등만 군과 농협에서 해주면 큰 문제는 없어요. 근데 그런 활동은 별로 없죠. 하나하나 보면 제대로 돌아가는 데가 별로 없어요. 어디 한군데만 잘해도 농민은 살 만한데 말이죠.




군수를 바꿔 산업단지를 막아내다

하승수  사실 저희가 이장님 이야기 들으러 온 이유가 산업단지잖아요. 사리면이 드물게 주민들이 반대하여 산업단지를 막았는데 반대운동 관련해서 이야깃거리가 많잖아요.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는데요. 처음에 이곳에 산업단지가 추진된다는 소식은 어떻게 알게 되신 거예요?

김용자  그거는 제가 계속 모니터링을 했었어요. 마을에서 산업단지가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돌더라고요. 몇몇 이장님들은 좀 더 자세히 알고 있었고요. 저는 몰랐는데 마을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이장들 몇 분한테는 이미 이야기가 돼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분들 사이에서는 산업단지 좋다고 찬성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거죠. ‘산업단지가 들어오면 지역에 일자리도 생기고 돈이 어느 정도 투자가 되니까 도움이 될 거다’, ‘산업단지 부지에 돈사가 있으니, 산단이 조성되면 똥 냄새 없어진’다 이런 것 때문에 다들 찬성한 거예요. 내막을 모르고.

그때 제가 기사를 검색하니까 2019년도에 SK와 토우건설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기사가 딱 나오더라고요. 그 뒤부터 제가 계속 모니터링을 했어요. 그리고 2020년도에 개발 행위 허가 제한 지역이라는 공문이 왔어요. 왜냐하면 우리 집 땅이 산업단지 예정지에 들어가 있거든요. 산업단지 예정지로 지정되었다, 이 땅을 산업단지로 개발할 거니까 앞으로 2년 동안 개발 행위 하지 말아라. 그런 공문을 토지 소유자들한테 다 보낸 거죠.

그걸 보고 이제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되나 싶어서 모니터링 계속하고 있다가, 제가 우연히 괴산군 홈페이지에서 보고서를 하나 찾았어요. 출자 타당성 보고서. 괴산군이 산업단지 할 때 출자를 하잖아요. 그게 타당한지 아닌지에 대한 용역 보고서였어요. 다 출력해서 봤죠. 2021년 3월에 그걸 본 거죠. 여기에 산업단지에 대한 내용이 다 들어가 있는 거예요. 어쨌든 타당성을 따지려면 이것저것 따져봐야 하니까요. 매립장에 뭐가 들어가고 공장에 뭐가 들어가고 이게 다 나온단 말이에요. 

이거를 출력해서 하나하나 다 봤어요. 그리고 검토 보고서를 만들어서 이걸 누구하고 얘기할지 고민하다가, 그래도 이 지역에 이 회장님이라고 목소리 크고 마을에 문제가 생기면 팔 걷어붙이시는 분이 있어요. 그분에게 보여주고 설명했죠. 여기 들어오는 거 한번 봐라,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산업단지 아니다. 들어오는 업종도 웬만한 공장들 다 들어올 수 있는 거다. 그리고 여기 매립장 봐라, 우리 동네 산 2만 평에 지하 40미터 지상 20미터의 어마어마한 규모의 매립장이 들어온다. 이거는 들어와서는 안 되는 거다, 이렇게 설명해 드렸죠. 그때부터 이제 팍 돌아버린 거예요. 이 이장님이. 왜냐하면 본인은 이 내용을 모르고 찬성했거든요.

심지어 환경영향평가 하기 전에 환경영향평가 항목 결정하는 그 보고서가 있잖아요. 그 보고서를 제가 봤어요. 거기에 여기 이장님 이름이 다 들어가 있는 거예요. 마을 이장님들이 사인을 했더라고요. 근데 물어보니 본인도 내용을 몰랐대요. 그냥 사인만 하라고 해서 했다는 거예요. 내용은 모르고. 결정위원회를 서면으로 하니까. 확인 서명 받으러 와서 사인만 했고, 도장 찍어줬다는 거예요. 거기 내용이 다 들어 있는데 그걸 몰랐던 거예요. 이게 말이 되냐고요.

그래서 그 후로 우리는 계속 '이거는 산업단지가 아니라 매립장 사업이다', 그걸 계속 주장했죠. 그리고 그때 논리적으로 하 변호사님이 뒷받침 해주신 거죠. 저도 매립장에 대해서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몰랐죠. 환경오염이 될 수 있고 별로 좋은 게 아니라는 것만 알고 있었지, 기업이 수익을 얼마 올리고, 어떤 피해가 있고 이런 구체적인 것까지는 몰랐던 거죠. 이게 어마어마하게 돈을 버는 걸 몰랐었던 거고. 그런 것들에 대한 정보를 주시고 딱딱 집어주시니까 그걸 가지고 싸울 수 있었던 거죠. 군수하고 면담을 할 때도 계속 매립장에 포커스를 맞춰서 이야기했죠. 그렇게 본격적으로 싸움이 시작된 거죠. 

처음에는 면담하고 의견 제시하고 주민 서명 제출하고 했는데 이게 뭐 될 턱이 없죠. 어쨌든 군에서는 토지 소유주 도장만 받으면 끝난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산업단지 승인을 하기 위한 절차 중에 제일 중요한 부분이고.

하승수  여기 땅이 문중 땅이 많았다고 그랬던가요? 토지 소유주 동의 받으려고 군수가 문중을 찾아갔다고 들었는데요. 

김용자  문중 땅이 40%예요. 그거 받으면 끝나는 거예요. 군수님이 거의 세일즈맨처럼 다니셨죠. 문중도 거의 넘어갈 뻔했었어요. 왜냐하면 종중의 일을 맡아 보시는 분들이 도장을 찍을 준비가 돼 있었던 분들이었어요. 근데 미리 반대하는 쪽에서 알아채고 문중 회의를 열어서 회장, 총무 싹 갈아버렸어요. 그렇게 해서 문중 동의를 막았던 거죠. 그때 시행사가 10~20% 동의를 받아놨다고 들었거든요. 문중 동의만 받으면 끝나는 거였는데, 그걸 못 받은 거죠.

그렇게 반대운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군수를 바꾸는 방법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던 것 같아요. 2021년에 본격적으로 주민들이 대응을 시작했고, 군청 앞에서의 1인 시위를 시작했죠.  그렇게 주민들이 반대하니 산업단지 추진 측에서도 별짓을 다 했죠. 반대대책위 활동하는 주민을 신고해서 집까지 쫓아와서 음주 단속하고, 드론 띄워서 산업단지 반대 주민들 집만 불법 건축물 단속하고.  저는 법인을 다 조사했고요. 그래서 '깨가 쏟아지는 마을' 법인을 조사해가지고 중간에 이사가 한 번 바뀌었는데 그걸 군에 통보를 안 했다고, 법률을 위반했다고 공무원이 왔어요. 법무사를 통해서 이사 변경을 했는데, 군에서 나와서 친절하게 법률 위반했다고 설명하더라고요.

아무튼 산업단지를 막기 위해 지방선거에 나올 후보들을 일일이 찾아다녔어요. 경선하기 전부터 찾아다녔죠. 약속을 받아야 하니까. 결국에는 2022년 선거에서 산업단지에 찬성하던 군수, 군의원 다 떨어지고, 산업단지 전면 재검토를 약속한 후보가 사리면에서만 70~80퍼센트 지지를 받아 당선이 되었죠. 처음부터 괴산에서는 가능하겠다고 판단했어요. 괴산이 500표 갖고도 결과가 바뀌는 경합 지역이었거든요. 지금은 더 이상 업체에서 돌아다니지도 않고, 마무리된 것 같아요.

어쨌든 지금 산업단지 반대운동 관련해서 제가 백서 작업을 하는데요. 보기가 괴로워요. 여전히 다시 그때 생각하면 열받고. 그렇지만 기록으로 남기면 좋을 것 같아서 하고 있고, 백서까지가 마무리라고 봐요. 그렇게 마무리를 잘 짓고 공간정비사업-농산어촌 유토피아 사업도 잘 진행해 봐야죠.


산업단지 반대 그 이후, 사리면 주민들이 그리는 미래

하승수  공간정비사업과 농산어촌 유토피아 사업으로 축사와 비료공장을 철거하고 귀농・귀촌자를 위한 시설과 주택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들었는데 준비는 잘되고 있나요?

김용자  네, 저희 의견을 100% 수용해 주니까요. 그것도 겁이 나긴 하더라고요. 이러다가 잘못되면 다 주민들 탓이 될 것 같기도 하고요. 굉장히 부담돼요. 지금 해당 사업으로 마을회관 역할을 할 수 있는 어울림 센터도 짓고, 돈사와 퇴비공장을 매입 후 철거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해당 부지에 스마트팜과 교육장을 설치하기로 했죠. 또 사람들이 들어와야 하니 빈집을 리모델링해서 귀농・귀촌자들과 교육생을 위한 주택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고요.

그리고 주간보호센터도 만들 계획이에요. 농촌 마을에 주간보호센터는 꼭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공간 활용에 있어서는 마을 정비사업을 통해 지었던 시설을 재활용하려고 하거든요. 그리고 마을 단위로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데에는 다들 동의하죠. 마찬가지로 마을 단위로 주간보호센터가 있어야 지역에서 노인분들을 돌볼 수 있어요. 거점이 되는 거죠. 저는 어르신들이 자산이라고 봐요. 그분들을 우리가 활용해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어르신 돌봄을 해야죠. 그걸 하기 위해서 사회적협동조합도 만들었어요.

하승수  어쨌든 사람이 들어오게 하려면 주택 문제부터 해결해야죠. 제가 있는 동네에서도 빈집을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거든요.

김용자  이 동네에서는 다행히 세 집이 지금 팔겠다고 했어요. 옆 마을에서도 이야기가 잘 되고 있어서 현재까지는 10채 정도 리모델링에 들어갈 것 같아요. 다른 사업도 동시에 추진되니 예산을 봐서 맞춰가려고 해요. 

하승수  이번 사업을 통해서 마을에 엄청난 공유지가 생기겠네요. 빈집 정비해서 생기는 주택도 그렇고, 축사와 퇴비공장 부지도 그렇고요. 

김용자  그렇죠. 마을 주민분들은 축사만 없어진다는 것에 이미 만족해하세요. 사실 저희가 반대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외지인이 땅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축사에서 나는 똥 냄새 때문에 외지인이 땅을 안 샀어요. 거래가 아예 없었거든요. 외지인이 소유했으면 벌써 다 도장 찍었죠. 이게 고마운 건지 가끔 헷갈리긴 해요. 덕분에 지켰는데 또 축사나 비료공장 때문에 지금까지 피해를 본 건 어마어마하고 말이죠. 공간정비사업으로 그런 문제들 싹 풀어버리고 돌봄 시설 만들어서 하나의 모델 만들고 마을의 빈집을 정비해서 집도 만들고 하면 마을이 많이 깨끗해지고 사람도 좀 들어오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튼 산업단지 반대운동을 하면서 보니 마을 주민들이 이 지역을, 마을을 엄청 사랑해요. 그게 느껴져요. 개인의 욕심이나 이런 게 아니라요. 지역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강하더라고요. 학교에 대한 애정, 마을에 대한 애정, 고향에 대한 애정 이런 것들이 많더라고요. 결국 반대운동 뒤에 이어질 정비사업과 농산어촌유토피아 사업의 관건도 사람이겠죠. 사람이 사람을 모으는 거지 공간이 사람을 모으진 않아요.

하승수  맞아요. 저도 홍동으로 귀촌할 때 사람 보고 갔는데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아무쪼록 사업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사리면이 지금 한국의 농촌 현실에 참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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