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대표가 언론에 기고한 기사입니다.
대한민국의 농협은 거대 조직이다. 전국에 무려 1,110개에 달하는 단위 조합(지역별 조합, 품목별 조합)이 있다. 이 조합들은 경제 사업(농산물 유통-판매, 농사에 필요한 농자재 공급)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업(상호금융, 2금융권)을 하고 있다.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단위 조합의 경우에는 지점도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단위 조합과는 별개로, 이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농협중앙회가 있다. 농협중앙회는 산하에 직할하는 자회사들도 있고, 금융 지주, 경제 지주라는 2개의 지주회사도 있다. 농협금융지주 산하에는 농협은행도 있다. 농협은행은 ‘1금융권’에 속하는 은행이다. 당연히 예금도 받고 대출도 한다.
그러니까 '농협'이라는 이름으로 금융업을 하는 2종류의 주체들이 있는 것이다. 한 종류는 단위 조합이고, 다른 한 종류는 농협은행이다. 그래서 지나가다가 농협 간판을 유심히 보면, '단위 조합'인 경우도 있고 '농협은행'의 지점인 경우도 있다.
농협금융지주 산하에는 은행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금융과 관련해서는 보험회사도 있고 증권회사도 있고 캐피탈회사까지 있다. 이런 회사들을 합치면 농협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하는 기업집단 중 9위에 해당한다(2025년 기준). 자산규모가 80조 원이 넘고 연간 매출액이 68조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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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거대한 조직인 농협의 최정점에 있는 자리가 농협중앙회장이다. 임기는 4년이다. 그렇다면 농협중앙회장은 어떻게 선출할까? 지금은 단위 조합의 조합장 1,110명이 선출한다. 조합원 숫자가 3,000명 이상인 조합의 조합장은 2표, 나머지 조합의 조합장은 1표를 행사한다.
불과 1,110명의 유권자가 투표해서, 후보자 중에 최다 득표를 얻으면 재계 서열 9위의 기업집단 총수가 되는 셈이다. 그러니 금품이 난무하고, 선거가 끝나면 ‘선거 공신’에게 자리를 나눠주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금품 선거를 하면 처벌받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농협중앙회장 선거와 관련된 선거범죄의 공소시효는 6개월이다. 특례 조항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돈을 뿌렸어도 6개월만 무사히 지나가면 된다.
현 강호동 농협중앙회장도 이런 금품 선거 논란의 중심에 있다. 경찰은 한 업체가 강호동 회장에게 선거 전에 1억 원을 주고 농협 계열회사로부터 수의계약을 보장받으려고 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의혹이 제기되어 왔다. 또한 현 농협중앙회장의 선거를 도와준 일종의 ‘선거 공신’들이 농협중앙회 및 계열회사, 농협재단 등의 고위직을 꿰찼다는 논란도 계속 있었다.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의혹이 지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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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범정부 차원의 특별 감사 이후에 농협 개혁을 위한 법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농협의 조합원인 농민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국민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국민 중 많은 사람이 금융기관으로서의 농협을 이용할 뿐만 아니라, 농협이 공급하는 농산물과 생필품들을 구매하고 있다. 그래서 농협이 건강한 조직으로 제 역할을 하는 것은 농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이익이 걸려 있는 사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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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 머슴, 앙상한 주인...길 잃은 농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