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農익는 대화'를 통해 농본이 가진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인터뷰를 담을 예정이다.
면단위는 과거 기초자치단체였을 만큼 농촌 주민의 생활 단위이자 가장 기본적인 자치단위이다. 충남 옥천군의 덕실마을이라는 작은 곳에서부터 주민들의 자치 활동을 일궈온 송윤섭 옥천군의회 의원과 임해란 덕실마을 이장을 만났다. 두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살아있는 농촌 자치의 모습과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옥천군 안남면은 어떻게 주민자치 1번지가 되었나
이제부터는 안남면으로 이야기 주제를 옮겨볼텐데요. 지역발전위원회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역발전위원회는 어떤 조직인가요?
임해란 지역발전위원회가 생긴 지는 꽤 됐죠. 2006년도에 만들어졌어요. 지역발전위원회는 구성원은 당연직인 이장과 마을에서 뽑은 마을 위원 한 명, 면 단위 직능단체 대표들 그리고 추천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총 50명 이내로 이장 12명, 마을 위원 12명, 지역의 각종 직능단체와 조직 대표 10명 그리고 추천위원이 있고 그 안에서 사무장 1명을 포함한 임원 10명을 뽑고 있어요.
송윤섭 처음부터 이장이 당연직이었던 건 아니었어요. 물론 이장님들이 협조적이기도 하고 주민이 뽑지만, 결국 임명권은 면장에게 있기 때문에 이장을 마을 대표로 정해놓진 말고 마을에 맡기자고 결정했었어요. 우리가 새로 만들려고 하는 조직에서 이장은 당연직이 아니고, 마을에서 옛날에 면의원을 뽑듯이 마을 총회에서 마을 대표를 뽑는데 이장이 또 뽑히면 어쩔 수 없지만 당연직으로 들어오는 건 아니다 이렇게 합의가 된 거예요. 그러다 이장은 당연직이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서 바뀌긴 했지만요.
어쨌든 처음 안남에서 지역발전위원회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자치 조직을 만들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건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진짜 주민들이 원하는 삶을 살도록 우리 스스로 안남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된 거고요. 일을 하다 보니까 행정하고 함께하는 구조여야 지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직의 꼴을 갖추게 된 거죠. 사실은 행정하고 싸움 없이 일을 할 수가 없는 구조예요. 행정은 관성적으로 일을 하는 패턴이 있는 거고, 주민들의 의견은 때로는 기존 방식이나 사업에 반하는 입장이기도 하니까, 당연히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고 협의를 해야 하는 거죠.
지금은 초창기 10년 정도 주축이되서 활동하던 구성원들이 물러나고 새로 귀농귀촌했거나 우리보다는 조금 젊은 사람들이 일을 하면 좋겠다 생각해서 구성원이 바뀐 상황이에요. 그런데 실무자들이 바뀌는 과정 중에 다시 행정의 관성이 작동한 거죠. 주민들이 결정한 사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행정하고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의에서 결정된 것들을 관철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데 ‘얘기했는데 행정이 안 된대.’ 이렇게 돼버리는 거예요. 사실 경험이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내가 그 조직의 구성원이라고 해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역할을 하면서 경험이 축적되는 건데 아무래도 그 부분이 좀 약했던 모양이에요.
중장계계획을 비롯해서 그간 다양한 사업을 해오던 안남면이기 때문에 진행돼야 할 사업은 많은데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채 몇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간 거죠. 그렇게 되니까 지금 관변조직 역할밖에 못하는 주민자치회가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모이고 지역발전위원회는 논의 기구로서 역할도 못하는데 왜 수계기금을 거기서 결정하냐.’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지역발전위원회가 진행하는 사업에 대한 신뢰가 좀 떨어졌었어요.
그 와중에 집행부 임기가 다 돼서 새로 구성하는 올해, 임해란 씨가 임원으로 참여했고 실무 책임을 맡았어요. 그동안 벌여놓은 일들을 주민 입장에서 하나씩 하나씩 짚다 보니까 행정하고 다시 협의해야 하지, 주민 간의 의견도 정리해야지 그러다 보니 고생하고 있죠.
2006년 당시 안남면에서 지역발전위원회를 구성해야만 했던 계기가 있을까요?
송윤섭 계기가 됐던 건 안남 배바우작은도서관이었어요. 도서관을 짓는 과정에서 도서관 운영위원회를 꾸렸는데, 부지 문제를 해결하고 행정에 손을 벌려야 되는 사정이 생기면서 얘기가 나온 거죠.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고 논의를 상시로 해야할 텐데 어떤 조직이 가능할지 이야기하다가 함께 활동하던 주교종 씨가 의회 얘기를 처음 꺼냈고, 시간을 두고 충분히 상의해서 가자는 의견이 모아져서 1년간 단체들을 만나러 다니기도 하고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이게 단순히 임의조직을 만들어서 되는 일이 아닌 거예요. 의회 역할을 하려면 주민들로부터 대표 조직으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누가 허락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다가 이장협의회가 동의 해주는 순간에 속도가 붙었어요. 농촌사회에서는 이장협의회가 매우 큰 조직이에요. 우리가 마을을 찾아가더라도 주민들을 만날 때 이장협의회를 통해서 만나고 그러니까 합법적인 공간이 확보됐죠.
그리고 우리는 생각을 못했는데, 협의회에서 수계기금을 맡긴 거예요. 젊은 사람들이 여태껏 일을 잘해오지 않았냐면서 이 돈을 지역발전위원회한테 맡겨보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은 거죠.
지역발전위원회가 대표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들을 했다고 해도 결국 주민들의 인정을 받아야 주민조직이 되는데 그런 인정을 받게 된 사건이나 계기로는 어떤 게 있었나요?
송윤섭 지역발전위원회가 했던 것 중에 제일 이제 인기가 좋은 건 마을버스죠. 버스는 진짜 구성원 하나하나가 다 대만족을 하는 거고 사실 이걸 지역발전위원회가 했다는 거에는 관심 없어요(웃음). 우리가 동네 순회할 때 나온 이야기인데 성사가 됐고, 내 마을에 시간대별로 딱딱 버스가 오니까 면 소재지까지 걸어 다니지 않게 된 게 제일 큰 성과죠.
현재 윗마을, 아랫마을 각 8번씩 다니나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송윤섭 그렇죠. 4번, 4번. 오전에 2번씩, 오후에 2번씩.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마을
마을버스 사업을 하게 된 것도 주민들의 필요를 듣고 판단하신 거잖아요.
송윤섭 안남면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과정 중에 설문조사가 있었어요. 그중에 우리한테 돈이 있다면 뭐부터 해야 할 것 같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버스 얘기가 나왔던 거고요. 그때 어머니학교가 큰 역할을 했던 게 보통 동네분들이 같이 간다고 해도 인터뷰하자고 하면 자기 속내는 잘 안 내비치잖아요. 뭘 나한테 물어, 몰라 이렇게 되기 쉽잖아요. 그런데 마을마다 어머니학교에 출입했던 분들이 있으니까, 그분들은 면 소재지에 출입하면서 글을 배운 것도 있지만 내가 사람 대접받는다는 생각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 일을 주선하는 지역의 젊은 사람들한테 마음이 열려있었던 거예요. 어르신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니까 굉장히 다양한 얘기들이 모였던 거죠. 그 사람들이 나서서 하는 일이니까 컨설팅 업체들이 가도 이런저런 얘기를 다 한 거죠. 어쨌든 어른들이 학교 스쿨버스가 마을에 돌잖아요. 이걸 직접 본 거예요. 그래서 우리들도 저런 버스가 있으면 참 좋겠다고 의견을 주신거죠.
그때 2년에 한 번 하는 사회욕구조사를 하니 안남면민의 행복지수가 다른 면 단위에 비해서 훨씬 높게 나왔어요. 또 이분들 얘기가 읍내 나가면 되게 기분이 좋다는 거에요. 병원에 가면 어디서 오셨어요? 묻잖아요. 안남에서 왔다고 하면, 그게 지역 언론이 큰 역할을 해준 건데 병원 간호사분이 “아이고, 어머니는 좋겠네요. 안남에 사셔서”라고 이야기를 듣는다는 거예요. 읍내 나가면 칭찬받고 하니까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생기고 젊은 사람들이 애썼다는 분위기가 무르익게 되고 이런 게 있죠.
임해란 마을버스가 안남에서는 굉장이 중요한 역할인 것 같아요. 어르신들도 그렇지만 아이들은 방과 후에 도서관을 가면 마지막 귀가는 마을버스로 다 하거든요.
얼마 전에 안남면 중장기 발전계획 논의를 위해 대토론회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관련 내용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송윤섭 네. 1단계 계획은 2007년에 세웠는데 10년이 훌쩍 지났고 여러 가지 상황들이 변화됐으니까 2단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보자고 뜻이 모아졌어요. 이번에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생태적인 요인들을 좀 더 부각하는 계획을 수립하자고 목표를 세웠죠. 올해 옥천군 자체에서 면 단위 균형발전사업 공모를 하는데 안남은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면서 균형발전사업에 대응하자고 해서 진행 중에 있어요. 2차 계획은 아직 큰 구도만 지금 만들어진 상태예요. 큰 가닥은 돌봄, 기록, 생태 이렇게 잡았어요. 이번에는 생태에 집중하려고 하다 보니까 대청호와 관련해서 연구하시던 박사가 있는 충북연구원에 컨설팅을 맡기기로 했어요.
임해란 대토론회 이후에 안남은 균형발전사업과 연계해서 2차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우자고 결정이 났어요. 올겨울에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그림을 그리고 실행하기로 계획하고 있죠. 여기서 어떻게 추진하느냐, 어떻게 사람을 모으고 실제로 어떻게 실행하느냐는 논의를 더 해야 해요.
다른 지역에서도 안남면 사례를 참고하면 좋겠네요.
송윤섭 그런데 우리 내부적으로 구조화를 잘한 것도 있지만, 우리들도 목표를 정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니라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거잖아요. 지역 여건이나 인적 구성원이 어떻게 되냐에 따라서 차이가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군의원 활동을 하니까 다른 면 단위의 주민자치회 회원들을 만날 때는 주민자치회가 안남에서 경험한 지역발전위원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새롭게 다른 조직을 만드는 게 아니라 행정도 일정 부분 인정하는 조직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가 했던 사업이 성과를 보이다 보니 다른 면에서도 수계기금으로 시도하는 경우가 있어요. 안남 마을버스가 주민들은 마을순환버스라고 하지만, 행정적으로는 도서관 셔틀버스로 등록돼 있고 행복교육과에서 도서관 사서와 버스 기사 인건비를 지원해 주는 걸로 돼 있거든요. 그래서 동이면도 수계기금으로 버스를 사고 소속은 동이작은도서관으로 했는데 이 버스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논의와 실행을 책임지는 단위가 없으니까 그냥 놀고 있어요. 굳이 안남처럼 하지 않더라도 도서관을 활성화해서 도서관 셔틀버스로라도 운행 계획을 짜서 이용하면 되는데 못해요. 명확한 책임 주체가 없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역으로 행정이 인건비도 지급되니 최소한 하루에 몇 번은 운행하게 해야 한다고 계속 이야기하는 실정이에요.
버스도 마찬가지고 안남이 이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하니까 청성면, 군북면에서도 수계기금과 옥천군 균형발전사업을 결합해서 중장기 계획을 세웠어요. 그런데 안남처럼 컨설팅 업체와 지역이 연계돼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컨설팅 업체에 고스란히 맡기니 계획서만 책자로 정리되는 일만 벌어지고 있죠. 안남 사례가 행정 주도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시작해서 가능했던 것도 있지만, 그 조직을 어떻게 만들어오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스스로 건사할 내공이 있고 없고 차이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또 보통은 많이 실수하는 게 면 단위 중심 조직이라고 하면 이 사업도 저 사업도 다 거기서 하기 쉽잖아요. 그런데 안남에서는 지역발전위원회는 논의 기구일 뿐이다라고 딱 합의가 되어 있어요. 만약 우리가 로컬푸드를 운영하자고 하면 그 사업을 실행하는 주체는 별도로 만들어야 하는 거죠. 정보화마을이나 도서관도 필요하면 실행 주체를 만들고 실무나 운영체계는 별도로 꾸린다. 하지만, 지역발전위원회 차원에서 안남이라는 큰 틀에서의 공유와 논의를 해간다. 실무자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도록 노력하지만, 그 단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안남의 일꾼이라는 인식이 있죠. 그래서 안남면 단위에서 업무적인 협조를 계속 해간다는 게 원칙인거죠. 물론 어렵긴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보니 주민자치회가 해야 할 일·하려고 하는 일을 지역발전위원회가 하고 있었던 셈이네요. 지금 행정안전부에서 주민자치회 표준 조례 개정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안남 모델처럼 주민자치회 구성의 방식을 일률적으로 정하지 말고 한 4~5가지 유형을 제시하고 지역 사정에 맞춰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안남 방식도 한 유형으로 인정해주고요.
송윤섭 그래서 옥천군이 주민자치회를 만든다고 할 때 안남은 지역발전위원회가 주민자치회를 대체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어요. 안남 사례는 오히려 전국적으로 주민자치회의 농촌형 모델로 제시되기도 했으니까요. 만약 행정이 관리하기 편하게 주민자치회라는 이름으로 가야 된다고 하면 안남면 지역발전위원회를 안남면 주민자치회로 전환하자, 그리고 만약에 조례상에 있는 형식이 문제면 지역발전위원회 위원들이 주민자치위원으로 신청하겠다고까지 얘기를 했어요. 근데 행정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거예요. 면별로 청산면에는 면민협의회, 또 어디에는 번영회가 있는데 만약에 안남의 지역발전위원회를 대체 조직으로 인정해버리면 다른 면에서도 면민협의회, 번영회를 대체 조직으로 인정해달라고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안남이 자체적으로 해온 활동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행정조직 체계상으로는 불가하다고 된 거죠. 그러다 시범 사업 6개월 만에 전면 시행이 되면서 안남에도 주민자치회가 출범하게 되요.
그때 지역발전위원회 내부적으로 얘기한 거는 안남은 행정이 주민자치회를 만든다니까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회대로 하나의 단체라고 생각하고 지역발전위원회는 지속하기로 했어요. 물론 주민자치회가 계속 행정이 만든 관변조직으로 있지는 않을 거고, 역할과 권한에 대한 요구들이 생겨서 어느 시점에 지역발전위원회와 주민자치회가 거의 동격의 역할을 할 시기가 올 텐데, 그때까지는 별도로 간다고 내부적으로 결정했죠.


마지막 정리하는 질문으로 두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하나는 면 단위 자체가 활성화되기 위해 무엇이 우선되야 할까? 라는 질문과 다른 하나는 앞으로 안남면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 또는 활동이 있다면? 인데요. 두 가지 질문 중에 한 가지씩 선택해서 답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송윤섭 첫 번째 질문을 제가 먼저 짧게 얘기할게요. 농촌에서 사는 게 그냥 어쩌다 보니까 살아지는 게 아니라 여기서 농촌다움을 느끼고 사는 것들이 자긍심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에서 결국 자치가 큰 힘으로 작동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까도 안남의 어르신들이 내가 구체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내가 살다 보니까 사람 대접도 받고 안남이라는 지역에 사는 게 자랑이 되는 것처럼 그런 농촌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자치의 기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곧 농촌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근간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고요.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서로 논의하고 계획 수립하고 실행이 가능한 조직과 역할의 기반이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이 중심이 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럼 임해란 이장님이 앞으로 안남면에서 이루고 싶은 앞으로의 목표나 활동이 있으시다면?
임해란 건강하게 잘 사는 것(웃음). 저뿐만 아니라 주변을 보면 시골에 좀 느슨하게 살려고 왔는데 사실 안남면이 느슨하게 살 만한 동네가 아니더라고요. 가만히 놔두질 않고(웃음). 근데 이제 사람이 조금만 더 있으면, 같이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조금만 더 있으면 느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안남면은 제가 살아보니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그런 것보다는 사람이 가장 좋더라고요. 사실 자연환경은 다른 동네에 비해 별로 볼 건 없어요. 둔주봉이 제 일경이라고 하지만 그건 늘 농촌에서 매일 볼 수 있는 풍경이고 결국 제일 중요한 게 사람이더라고요. 그 사람 덕분에 마을에서 사는 게 재밌고 사람 덕분에 뭔가 희망이 생기고 보람이 생기고 그러는데, 그러한 사람을 모아낼 수 있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지역발전위원회 일을 하면서 꼭 하고 싶었던 건 안남의 여러 단체나 조직들이 매우 많은데, 약간 뿔뿔이 흩어져 있는 느낌이 있어요. 뭔가 일하는 사람들이 겹치고 해서 연결은 돼 있는데 실질적으로 같이 으쌰으쌰하면서 뭉쳐지지는 못하는 게 있어서 사람들을 묶어내서 다 같이 잘 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또 특히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학부모라서 그런지 몰라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여기 다시 돌아올 수 있으면 가장 좋겠고요. 내가 여기 안남면에서 자란 게 너무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돌아오고 싶은 마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아이들이 자기소개할 때 어디서 왔냐고 그러면 안남면이라고 이야기 안 하고 “덕실에서 왔어요”, “마느실에서 살아요” 이렇게 얘기해요. 그런 걸 볼 때 애들이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나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생각되거든요. 그런 마음들이 그대로 자라서, 컸을 때 힘이 됐으면 해요. 어르신들도 돌아가시기 전까지 좀 편안하고 재미있게 살면 좋겠다. 그게 제 바램이에요.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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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감이 아니라 자긍심을, 마을에서 시작한 안남의 자치(1)ㅣ송윤섭 옥천군의회 의원 X 임해란 덕실마을 이장
인터뷰_장정우
2025년 11월 14일
'농農익는 대화'를 통해 농본이 가진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인터뷰를 담을 예정이다.
면단위는 과거 기초자치단체였을 만큼 농촌 주민의 생활 단위이자 가장 기본적인 자치단위이다. 충남 옥천군의 덕실마을이라는 작은 곳에서부터 주민들의 자치 활동을 일궈온 송윤섭 옥천군의회 의원과 임해란 덕실마을 이장을 만났다. 두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살아있는 농촌 자치의 모습과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옥천군 안남면은 어떻게 주민자치 1번지가 되었나
이제부터는 안남면으로 이야기 주제를 옮겨볼텐데요. 지역발전위원회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역발전위원회는 어떤 조직인가요?
임해란 지역발전위원회가 생긴 지는 꽤 됐죠. 2006년도에 만들어졌어요. 지역발전위원회는 구성원은 당연직인 이장과 마을에서 뽑은 마을 위원 한 명, 면 단위 직능단체 대표들 그리고 추천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총 50명 이내로 이장 12명, 마을 위원 12명, 지역의 각종 직능단체와 조직 대표 10명 그리고 추천위원이 있고 그 안에서 사무장 1명을 포함한 임원 10명을 뽑고 있어요.
송윤섭 처음부터 이장이 당연직이었던 건 아니었어요. 물론 이장님들이 협조적이기도 하고 주민이 뽑지만, 결국 임명권은 면장에게 있기 때문에 이장을 마을 대표로 정해놓진 말고 마을에 맡기자고 결정했었어요. 우리가 새로 만들려고 하는 조직에서 이장은 당연직이 아니고, 마을에서 옛날에 면의원을 뽑듯이 마을 총회에서 마을 대표를 뽑는데 이장이 또 뽑히면 어쩔 수 없지만 당연직으로 들어오는 건 아니다 이렇게 합의가 된 거예요. 그러다 이장은 당연직이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서 바뀌긴 했지만요.
어쨌든 처음 안남에서 지역발전위원회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자치 조직을 만들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건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진짜 주민들이 원하는 삶을 살도록 우리 스스로 안남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된 거고요. 일을 하다 보니까 행정하고 함께하는 구조여야 지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직의 꼴을 갖추게 된 거죠. 사실은 행정하고 싸움 없이 일을 할 수가 없는 구조예요. 행정은 관성적으로 일을 하는 패턴이 있는 거고, 주민들의 의견은 때로는 기존 방식이나 사업에 반하는 입장이기도 하니까, 당연히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고 협의를 해야 하는 거죠.
지금은 초창기 10년 정도 주축이되서 활동하던 구성원들이 물러나고 새로 귀농귀촌했거나 우리보다는 조금 젊은 사람들이 일을 하면 좋겠다 생각해서 구성원이 바뀐 상황이에요. 그런데 실무자들이 바뀌는 과정 중에 다시 행정의 관성이 작동한 거죠. 주민들이 결정한 사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행정하고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의에서 결정된 것들을 관철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데 ‘얘기했는데 행정이 안 된대.’ 이렇게 돼버리는 거예요. 사실 경험이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내가 그 조직의 구성원이라고 해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역할을 하면서 경험이 축적되는 건데 아무래도 그 부분이 좀 약했던 모양이에요.
중장계계획을 비롯해서 그간 다양한 사업을 해오던 안남면이기 때문에 진행돼야 할 사업은 많은데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채 몇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간 거죠. 그렇게 되니까 지금 관변조직 역할밖에 못하는 주민자치회가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모이고 지역발전위원회는 논의 기구로서 역할도 못하는데 왜 수계기금을 거기서 결정하냐.’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지역발전위원회가 진행하는 사업에 대한 신뢰가 좀 떨어졌었어요.
그 와중에 집행부 임기가 다 돼서 새로 구성하는 올해, 임해란 씨가 임원으로 참여했고 실무 책임을 맡았어요. 그동안 벌여놓은 일들을 주민 입장에서 하나씩 하나씩 짚다 보니까 행정하고 다시 협의해야 하지, 주민 간의 의견도 정리해야지 그러다 보니 고생하고 있죠.
2006년 당시 안남면에서 지역발전위원회를 구성해야만 했던 계기가 있을까요?
송윤섭 계기가 됐던 건 안남 배바우작은도서관이었어요. 도서관을 짓는 과정에서 도서관 운영위원회를 꾸렸는데, 부지 문제를 해결하고 행정에 손을 벌려야 되는 사정이 생기면서 얘기가 나온 거죠.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고 논의를 상시로 해야할 텐데 어떤 조직이 가능할지 이야기하다가 함께 활동하던 주교종 씨가 의회 얘기를 처음 꺼냈고, 시간을 두고 충분히 상의해서 가자는 의견이 모아져서 1년간 단체들을 만나러 다니기도 하고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이게 단순히 임의조직을 만들어서 되는 일이 아닌 거예요. 의회 역할을 하려면 주민들로부터 대표 조직으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누가 허락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다가 이장협의회가 동의 해주는 순간에 속도가 붙었어요. 농촌사회에서는 이장협의회가 매우 큰 조직이에요. 우리가 마을을 찾아가더라도 주민들을 만날 때 이장협의회를 통해서 만나고 그러니까 합법적인 공간이 확보됐죠.
그리고 우리는 생각을 못했는데, 협의회에서 수계기금을 맡긴 거예요. 젊은 사람들이 여태껏 일을 잘해오지 않았냐면서 이 돈을 지역발전위원회한테 맡겨보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은 거죠.
지역발전위원회가 대표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들을 했다고 해도 결국 주민들의 인정을 받아야 주민조직이 되는데 그런 인정을 받게 된 사건이나 계기로는 어떤 게 있었나요?
송윤섭 지역발전위원회가 했던 것 중에 제일 이제 인기가 좋은 건 마을버스죠. 버스는 진짜 구성원 하나하나가 다 대만족을 하는 거고 사실 이걸 지역발전위원회가 했다는 거에는 관심 없어요(웃음). 우리가 동네 순회할 때 나온 이야기인데 성사가 됐고, 내 마을에 시간대별로 딱딱 버스가 오니까 면 소재지까지 걸어 다니지 않게 된 게 제일 큰 성과죠.
현재 윗마을, 아랫마을 각 8번씩 다니나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송윤섭 그렇죠. 4번, 4번. 오전에 2번씩, 오후에 2번씩.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마을
마을버스 사업을 하게 된 것도 주민들의 필요를 듣고 판단하신 거잖아요.
송윤섭 안남면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과정 중에 설문조사가 있었어요. 그중에 우리한테 돈이 있다면 뭐부터 해야 할 것 같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버스 얘기가 나왔던 거고요. 그때 어머니학교가 큰 역할을 했던 게 보통 동네분들이 같이 간다고 해도 인터뷰하자고 하면 자기 속내는 잘 안 내비치잖아요. 뭘 나한테 물어, 몰라 이렇게 되기 쉽잖아요. 그런데 마을마다 어머니학교에 출입했던 분들이 있으니까, 그분들은 면 소재지에 출입하면서 글을 배운 것도 있지만 내가 사람 대접받는다는 생각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 일을 주선하는 지역의 젊은 사람들한테 마음이 열려있었던 거예요. 어르신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니까 굉장히 다양한 얘기들이 모였던 거죠. 그 사람들이 나서서 하는 일이니까 컨설팅 업체들이 가도 이런저런 얘기를 다 한 거죠. 어쨌든 어른들이 학교 스쿨버스가 마을에 돌잖아요. 이걸 직접 본 거예요. 그래서 우리들도 저런 버스가 있으면 참 좋겠다고 의견을 주신거죠.
그때 2년에 한 번 하는 사회욕구조사를 하니 안남면민의 행복지수가 다른 면 단위에 비해서 훨씬 높게 나왔어요. 또 이분들 얘기가 읍내 나가면 되게 기분이 좋다는 거에요. 병원에 가면 어디서 오셨어요? 묻잖아요. 안남에서 왔다고 하면, 그게 지역 언론이 큰 역할을 해준 건데 병원 간호사분이 “아이고, 어머니는 좋겠네요. 안남에 사셔서”라고 이야기를 듣는다는 거예요. 읍내 나가면 칭찬받고 하니까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생기고 젊은 사람들이 애썼다는 분위기가 무르익게 되고 이런 게 있죠.
임해란 마을버스가 안남에서는 굉장이 중요한 역할인 것 같아요. 어르신들도 그렇지만 아이들은 방과 후에 도서관을 가면 마지막 귀가는 마을버스로 다 하거든요.
얼마 전에 안남면 중장기 발전계획 논의를 위해 대토론회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관련 내용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송윤섭 네. 1단계 계획은 2007년에 세웠는데 10년이 훌쩍 지났고 여러 가지 상황들이 변화됐으니까 2단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보자고 뜻이 모아졌어요. 이번에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생태적인 요인들을 좀 더 부각하는 계획을 수립하자고 목표를 세웠죠. 올해 옥천군 자체에서 면 단위 균형발전사업 공모를 하는데 안남은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면서 균형발전사업에 대응하자고 해서 진행 중에 있어요. 2차 계획은 아직 큰 구도만 지금 만들어진 상태예요. 큰 가닥은 돌봄, 기록, 생태 이렇게 잡았어요. 이번에는 생태에 집중하려고 하다 보니까 대청호와 관련해서 연구하시던 박사가 있는 충북연구원에 컨설팅을 맡기기로 했어요.
임해란 대토론회 이후에 안남은 균형발전사업과 연계해서 2차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우자고 결정이 났어요. 올겨울에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그림을 그리고 실행하기로 계획하고 있죠. 여기서 어떻게 추진하느냐, 어떻게 사람을 모으고 실제로 어떻게 실행하느냐는 논의를 더 해야 해요.
다른 지역에서도 안남면 사례를 참고하면 좋겠네요.
송윤섭 그런데 우리 내부적으로 구조화를 잘한 것도 있지만, 우리들도 목표를 정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니라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거잖아요. 지역 여건이나 인적 구성원이 어떻게 되냐에 따라서 차이가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군의원 활동을 하니까 다른 면 단위의 주민자치회 회원들을 만날 때는 주민자치회가 안남에서 경험한 지역발전위원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새롭게 다른 조직을 만드는 게 아니라 행정도 일정 부분 인정하는 조직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가 했던 사업이 성과를 보이다 보니 다른 면에서도 수계기금으로 시도하는 경우가 있어요. 안남 마을버스가 주민들은 마을순환버스라고 하지만, 행정적으로는 도서관 셔틀버스로 등록돼 있고 행복교육과에서 도서관 사서와 버스 기사 인건비를 지원해 주는 걸로 돼 있거든요. 그래서 동이면도 수계기금으로 버스를 사고 소속은 동이작은도서관으로 했는데 이 버스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논의와 실행을 책임지는 단위가 없으니까 그냥 놀고 있어요. 굳이 안남처럼 하지 않더라도 도서관을 활성화해서 도서관 셔틀버스로라도 운행 계획을 짜서 이용하면 되는데 못해요. 명확한 책임 주체가 없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역으로 행정이 인건비도 지급되니 최소한 하루에 몇 번은 운행하게 해야 한다고 계속 이야기하는 실정이에요.
버스도 마찬가지고 안남이 이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하니까 청성면, 군북면에서도 수계기금과 옥천군 균형발전사업을 결합해서 중장기 계획을 세웠어요. 그런데 안남처럼 컨설팅 업체와 지역이 연계돼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컨설팅 업체에 고스란히 맡기니 계획서만 책자로 정리되는 일만 벌어지고 있죠. 안남 사례가 행정 주도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시작해서 가능했던 것도 있지만, 그 조직을 어떻게 만들어오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스스로 건사할 내공이 있고 없고 차이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또 보통은 많이 실수하는 게 면 단위 중심 조직이라고 하면 이 사업도 저 사업도 다 거기서 하기 쉽잖아요. 그런데 안남에서는 지역발전위원회는 논의 기구일 뿐이다라고 딱 합의가 되어 있어요. 만약 우리가 로컬푸드를 운영하자고 하면 그 사업을 실행하는 주체는 별도로 만들어야 하는 거죠. 정보화마을이나 도서관도 필요하면 실행 주체를 만들고 실무나 운영체계는 별도로 꾸린다. 하지만, 지역발전위원회 차원에서 안남이라는 큰 틀에서의 공유와 논의를 해간다. 실무자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도록 노력하지만, 그 단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안남의 일꾼이라는 인식이 있죠. 그래서 안남면 단위에서 업무적인 협조를 계속 해간다는 게 원칙인거죠. 물론 어렵긴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보니 주민자치회가 해야 할 일·하려고 하는 일을 지역발전위원회가 하고 있었던 셈이네요. 지금 행정안전부에서 주민자치회 표준 조례 개정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안남 모델처럼 주민자치회 구성의 방식을 일률적으로 정하지 말고 한 4~5가지 유형을 제시하고 지역 사정에 맞춰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안남 방식도 한 유형으로 인정해주고요.
송윤섭 그래서 옥천군이 주민자치회를 만든다고 할 때 안남은 지역발전위원회가 주민자치회를 대체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어요. 안남 사례는 오히려 전국적으로 주민자치회의 농촌형 모델로 제시되기도 했으니까요. 만약 행정이 관리하기 편하게 주민자치회라는 이름으로 가야 된다고 하면 안남면 지역발전위원회를 안남면 주민자치회로 전환하자, 그리고 만약에 조례상에 있는 형식이 문제면 지역발전위원회 위원들이 주민자치위원으로 신청하겠다고까지 얘기를 했어요. 근데 행정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거예요. 면별로 청산면에는 면민협의회, 또 어디에는 번영회가 있는데 만약에 안남의 지역발전위원회를 대체 조직으로 인정해버리면 다른 면에서도 면민협의회, 번영회를 대체 조직으로 인정해달라고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안남이 자체적으로 해온 활동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행정조직 체계상으로는 불가하다고 된 거죠. 그러다 시범 사업 6개월 만에 전면 시행이 되면서 안남에도 주민자치회가 출범하게 되요.
그때 지역발전위원회 내부적으로 얘기한 거는 안남은 행정이 주민자치회를 만든다니까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회대로 하나의 단체라고 생각하고 지역발전위원회는 지속하기로 했어요. 물론 주민자치회가 계속 행정이 만든 관변조직으로 있지는 않을 거고, 역할과 권한에 대한 요구들이 생겨서 어느 시점에 지역발전위원회와 주민자치회가 거의 동격의 역할을 할 시기가 올 텐데, 그때까지는 별도로 간다고 내부적으로 결정했죠.
마지막 정리하는 질문으로 두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하나는 면 단위 자체가 활성화되기 위해 무엇이 우선되야 할까? 라는 질문과 다른 하나는 앞으로 안남면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 또는 활동이 있다면? 인데요. 두 가지 질문 중에 한 가지씩 선택해서 답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송윤섭 첫 번째 질문을 제가 먼저 짧게 얘기할게요. 농촌에서 사는 게 그냥 어쩌다 보니까 살아지는 게 아니라 여기서 농촌다움을 느끼고 사는 것들이 자긍심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에서 결국 자치가 큰 힘으로 작동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까도 안남의 어르신들이 내가 구체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내가 살다 보니까 사람 대접도 받고 안남이라는 지역에 사는 게 자랑이 되는 것처럼 그런 농촌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자치의 기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곧 농촌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근간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고요.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서로 논의하고 계획 수립하고 실행이 가능한 조직과 역할의 기반이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이 중심이 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럼 임해란 이장님이 앞으로 안남면에서 이루고 싶은 앞으로의 목표나 활동이 있으시다면?
임해란 건강하게 잘 사는 것(웃음). 저뿐만 아니라 주변을 보면 시골에 좀 느슨하게 살려고 왔는데 사실 안남면이 느슨하게 살 만한 동네가 아니더라고요. 가만히 놔두질 않고(웃음). 근데 이제 사람이 조금만 더 있으면, 같이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조금만 더 있으면 느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안남면은 제가 살아보니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그런 것보다는 사람이 가장 좋더라고요. 사실 자연환경은 다른 동네에 비해 별로 볼 건 없어요. 둔주봉이 제 일경이라고 하지만 그건 늘 농촌에서 매일 볼 수 있는 풍경이고 결국 제일 중요한 게 사람이더라고요. 그 사람 덕분에 마을에서 사는 게 재밌고 사람 덕분에 뭔가 희망이 생기고 보람이 생기고 그러는데, 그러한 사람을 모아낼 수 있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지역발전위원회 일을 하면서 꼭 하고 싶었던 건 안남의 여러 단체나 조직들이 매우 많은데, 약간 뿔뿔이 흩어져 있는 느낌이 있어요. 뭔가 일하는 사람들이 겹치고 해서 연결은 돼 있는데 실질적으로 같이 으쌰으쌰하면서 뭉쳐지지는 못하는 게 있어서 사람들을 묶어내서 다 같이 잘 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또 특히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학부모라서 그런지 몰라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여기 다시 돌아올 수 있으면 가장 좋겠고요. 내가 여기 안남면에서 자란 게 너무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돌아오고 싶은 마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아이들이 자기소개할 때 어디서 왔냐고 그러면 안남면이라고 이야기 안 하고 “덕실에서 왔어요”, “마느실에서 살아요” 이렇게 얘기해요. 그런 걸 볼 때 애들이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나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생각되거든요. 그런 마음들이 그대로 자라서, 컸을 때 힘이 됐으면 해요. 어르신들도 돌아가시기 전까지 좀 편안하고 재미있게 살면 좋겠다. 그게 제 바램이에요.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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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