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農익는 대화'를 통해 농본이 가진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인터뷰를 담을 예정이다.
전국이 신규 송전선로 건설로 떠들썩합니다. 현재 추진되는 사업만 99건, 그 길이만 해도 3,855km에 달합니다. 이 공사가 끝나고 나면 농어촌, 비수도권은 어떻게 될까요? 이번 농農익는 대화에서는 농촌 그리고 농민의 입장에서 지금의 송전선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비수도권과 용인 반도체 산단이라는 엉켜있는 실타래
한편에서는 용인산단을 호남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이 있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되게 어려운 문제입니다. 여러 논쟁이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죠. 아무리 반도체가 미래의 먹거리다 뭐다 하지만, 결국 삼성전자와 SK 먹여 살리려고 국가에서 단지를 구성하고 전기, 물 끌어다 해주는 것이 과연 맞는 건가. 재벌 특혜라는 생각이 들어요. 중요한 것은 용인은 아니라는 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용인은 아니다. 전기도 물도 없는 수도권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더 말씀드리면 지금 송전선로에 쏟아붓고 있는 비용, 그것을 막기 위해서 또 쏟아붓고 있는 대책위나 주민들의 희생, 돈이든 노력이든 다 합치면 용인 반도체 산단을 재검토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며 발생하는 문제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환경을 최대한 오염시키지 않고 지역의 공동체와 농업, 농촌을 지킬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긴 하겠지만, 저는 지역이 가능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분산해야 하고, 거기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도 대기업과 국가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새만금에서도 유치하려고 하고 광주전남에서도 반도체 공장을 가지고 오자고 이야기하는 것에 무조건 쌍수 들고 환영할 수는 없지만, 용인 반도체 산단을 추진하면서 생기는 용수의 문제, 국가 전력망의 위험성, 수도권 집중화 문제보다 훨씬 사회적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올 수 있으면 오는 게 맞다. 단 기본 조건들은 갖춰진 상황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환경을 지키시는 분들이 제 욕을 할지도 모르는데 하여튼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쉬운 문제는 아닐 것 같아요. 전국대책위에서도 논의가 있었는데, 저희가 ‘용인 반도체 산단 재검토’라는 표현을 썼어요. 원래는 에너지 지산지소라는 문구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의견을 내서 변경했죠. 왜냐하면 지산지소를 말하면 기업을 지역으로 가지고 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그러면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 간의 갈등이나 농지가 훼손되고 농민이 희생당하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뒤따르죠.
그래서 지금 분명하게 말해야 하는 것은 용인 반도체 산단을 재검토해야한다는 것이죠. 재검토해도 지금 7~8개 되는 큰 라인들 있잖아요. 다 없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100% 없어질 수는 없지만, 재논의가 될 수 있는 거죠. 주요 소비처가 줄어들거나, 분산된다면 계획 다시 짜야 할 거 아닙니까. 현재는 우리가 쓰지도 않고 필요도 없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선로 건설이잖아요. 지금은 일단 용인 반도체 산단을 어떻게 해서든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제 개인적인 입장입니다. 대책위 내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시는 분도 많이 있거든요. 용인 반도체 산단을 아예 백지화해야 한다고 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저는 그분들 의견도 존중하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송전선로 문제가 지역에 있는 주민들만 싸워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제가 왜 서울로 집회하러 가겠습니까? 사람들에게 알려야 되니까요. 도시와 기업을 위해서 농촌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바꾸지 않으면, 그리고 도시 사람들이나 기업에 다니시는 분들이 여기에 공감하고 동참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 안 돼요. 농촌 사람들이 맨날 머리 빡빡 밀어봤자 해결될 수 없습니다. 그분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대안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송전선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런데 어려워요(웃음).

송전선로, 태양광으로 뒤덮일 농촌의 미래
농촌에 농지태양광이나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이야기도 많잖아요. 농촌 사람들, 농민들 돈 벌기 어려우니까 태양광이라도 해야 하지 않냐는 논리 말고 농촌 내부에서 왜 재생에너지와 태양광이 필요한지 논의가 나와서 진행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농촌과 재생에너지 문제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어떤 고민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제가 영암군농민회 정책실장을 5년 하고 농민회 사무국장을 3년 했는데, 8년의 기간 동안 제가 주로 한 핵심 활동이 농지태양광 문제입니다. 저희가 군청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만 800회를 했어요. 농지태양광을 막기 위해서 별의별 투쟁도 많이 하고 한 5년 정도를 싸웠어요. 금정면에도 풍력발전기 20개 정도가 지금 돌아가고 있거든요. 영암에는 영산강이 지나갑니다. 여기가 간척지가 매우 풍부해요. 영암이 현재 1만 5천 ha 정도가 논 면적이거든요. 그중에서 거의 40% 이상이 간척지예요. 옛날 영산강 끝을 막아버리니까 뻘이 다 농지가 된 거죠. 그런데 여기를 한 5~6년 전부터 태양광으로 덮으려고 계속 들어오고 있어요. 처음에 간척했을 때는 기계가 못 들어가요. 빠지잖아요. 농민들이 몇 년 동안 노력해서 옥답을 만들었어요. 지금은 전국에서 농사짓기 가장 좋은 곳입니다. 수리시설이 잘돼있어서 3년 가뭄이 들어도 여기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이에요. 그만큼 잘 되어있고 쌀 생산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곳인데 여기에 태양광을 하겠다고 업체들이 계속 몰려와요. 지금도 태양광 업자들이 난립해 있습니다. 평당 임대료를 8천 원 줄 테니 태양광 설치하라고 해서 계속 계약을 하고 있어요.
농사를 지으면 1년에 임차하는데 평당 1,500원 주거든요. 1,500원도 비싼 거예요. 예전에는 천 원이었는데 태양광 업자들이 들어오면서 1,500원으로 올랐어요. 그런데 6천 원, 8천 원 줄 테니까 태양광 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무지하게 심각해요. 얼마 전까지는 영암군에서 아예 조례로 못하게 돼 있었거든요. 저희가 몇 년간 싸워서 우량농지는 못하게 조례를 만들었는데, 그거를 없애버렸어요. 이익 공유제 발전은 할 수 있다고 예외조항을 만들어서 우량농지도 태양광을 할 수 있게끔 조례를 바꿔버렸어요. 그렇게 농민회에서 반대했는데 군수하고 군 의원들이 바꿔버린 거죠. 이제 빗장이 풀어져 버렸습니다.
제가 대학 전공을 전기공학 했다고 했잖아요. 제가 교수님들과 별로 안 친하긴 했지만, 교수님들이 여러 공학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없어질 학문이 전기공학이라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왜냐하면 산업을 돌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이니까요. 그 정도로 지금 인류에게 있어서 전기는 매우 중요하죠. 그런데 이 전기를 만들려고 수십 년 동안 농민들이 만들어온 옥답에 태양광 패널을 얹어서 전기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에요. 제가 자주 하는 말로 전기밥통이 없으면 불을 때서라도 밥을 해 먹을 수가 있어요. 그런데 쌀이 없으면 밥 못 먹습니다. 그렇잖아요. 전기도 중요하지만, 쌀을 만드는 생산 기반을 없애버리고 전기를 만드는 생산 기반으로 바꾸겠다는 철학 자체가 문제가 있는거죠.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 거에요.
오직 돈. 평당 1,500원 받던 것을 평당 8천 원 받겠다고 무엇이 중요한지 잊어버리고 돈에만 근거해서 행동하는 거죠. 자치단체도 마찬가지고 국가도 돈이 된다고 하면 무엇이든지 하는 거죠. 저는 그런 생각을 해요. ‘실용주의라는 이름으로 돈에 환장한 정권’ 이재명 정부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돈 되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 ‘이익이 되면 선이다’, 이게 지금 현시대의 논리 아닙니까? 이 논리로 접근하는 태양광, 풍력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활성산 주변에 사시는 분들은 진동, 빛가림, 여러 소음 때문에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요. 태양광, 풍력발전소가 계속 들어오고 발전하면 농촌은 소멸할 수밖에 없어요.
간척지 가서 보시면 농사짓는 젊은 분들이 꽤 있어요. 몇억짜리 엄청 큰 기계를 가져다가 쓰는데 그거 농기계값 하려면··· 이분들은 마지기당 얼마씩 벌려고 농사를 짓고 있는데 땅이 줄어들어요. 지금 미암 3호 간척지를 태양광 할 수 있게끔 아예 열어버렸거든요. 거기가 2천 ha 정도 됩니다. 2천 ha가 없어지는 거예요. 그러면 전체 영암 면적의 11.5%가 사라지게 돼요. 역으로 이야기하면 임차농들에게는 임차료가 11.5% 올라간다고 보는 거죠. 땅 자체가 적어지니까. 그러지 않아도 지금 농업 소득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957만 원이었으니까 천만 원도 안 되는 농업 소득을 갖고 있는데 임차료가 더 올라가요. 지금도 땅을 빌려 농사짓는 농민이 40% 되거든요. 비유하자면 장사하시는 분들이 매출이 100만 원인데 임차료 10만 원까지는 괜찮대요. 15만 원 내기 시작하면 망한다고 그러는데, 이런 상황에서 임차료가 또 오른다? 그럼, 누가 농사짓겠어요. 가버리죠. 겨울에는 대불공장 가서 용접하시는 젊은 농민들이 많아요. 이자라도 번다고. 그런데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농촌은 젊은 사람들이 더 없고 나이 드신 분들만 태양광 패널 바라보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거죠. 결국 농촌이 파괴되고 농업이 무너지고 농민이 떠나가게 되면 국가가 없는 거예요. 전기 만들어서, 전기만 팔아서 먹고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특히 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서 지난번에 무슨 토론회가 있어서 갔었는데 저 빼놓고 다 영농형 태양광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거기서 제가 그 이야기를 했어요. 토론회가 광화문 사거리 빌딩에서 열렸는데, 여기 서울 와서 보니까 건물마다 태양광 있는 데는 없더라. 서울 강남에서 쓰는 전기가 영암 전체에서 사용하는 양의 14배인가, 15배인가 돼요. 강남구에서만 쓰는 게. 그리고 우리 영암에서 허가 난 태양광, 풍력을 합치잖아요. 그것만으로 영암 전력 자급률이 180%가 되요. 이미 이런 상황인데 도시와 기업은 과연 재생에너지를 얼마큼 스스로 생산하려고 노력했는가. 전혀 노력 없잖아요. 싼 전기 그냥 갖다 쓰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농촌 지역에, 농민들에게 희생을 계속 강요하고 있는 거죠. 이렇게 되면 저는 농업, 농촌만 망하는 게 아니다. 도시와 기업도 망할 수밖에 없다. 누가 먼저 망하냐의 문제인 것이지 결국은 모두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재생에너지는 도시와 기업에서 먼저 최대한 해보고 할 때까지 뒤지게 해보고 안 되겠다고 하면 유휴부지부터 찾아보고 그래도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게 정상인 거잖아요. 그래도 안 되겠다고 하면 이 지역에 한해서만 집중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합시다, 대신 여기에서 나는 이익금은 어떻게 분배를 합시다, 이렇게 해야죠. 이익금도 기업에다 맡기면 돈벌이밖에 안 되니 국가나 자치단체에서 직접 운영해야죠. 원자력발전소는 국가에서 공사하잖아요. 태양광도 마찬가지로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에서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하고 자치단체에서 유휴부지를 찾아야죠. 정 안 돼서 농지에 한다 해도 협의를 하고 나서 이익금은 그 지역 주민들이 최대한 쓸 수 있도록 정책이 되어야만 하는데, 지금 정책은 돈, 권력, 재생에너지라는 명분 이 세 개만 가지고 막무가내로 밀고 오는 거예요. 완전 자본 논리입니다. 그러니 돈 없고 힘없고 명분마저 재생에너지에 밀리는 농촌 주민들이 무슨 힘으로 어떻게 막겠어요? 자꾸 해상풍력, 육상풍력, 대규모 간척지 태양광 이런 것들을 밀어붙이면 저는 똑같이 된다. 결국 자본의 논리잖아요. 인류가 왜 기후위기에 처했어요? 온실가스 때문이잖아요. 무분별한 개발 때문이고, 돈 때문이고. 이거를 극복하기 위해서 또다시 돈을 이야기하고 자본의 논리로 해결하려 들면 결국 망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농민 소득은 농업 소득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죠. 농민들이 이자 노름하고 땅 팔아서 투기하고 돈 버는 게 아니라, 농사를 지어서 나온 농업 소득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높이는 방향으로 농업 정책이 만들어져야죠. 값싼 수입농산물 갖다 풀면서 농업소득 올리기 위해서 땅 가지신 분들한테 영농형 태양광 하세요 하잖아요. 이게 소위 농農자를 앞에다 붙일 수 있는 사람인 건가 싶어요.
그래서 영암도 간척지 태양광 문제 때문에 지금 계속 싸우고 있고요. 이 지역은 농지 소유 구조 자체가 자작농은 한 40%도 안 돼요. 보통은 임차농이 약 60%라고 이야기하는데, 실제 계약하지 않고 땅을 빌려 농사짓는 이들까지 하면 더 높을 수도 있어요. 그럼 그 많은 부재지주들, 도시에 상속받은 사람들은 평당 8천 원 준다는데 누가 거부해요. 한 단지에 1년에 9천만 원씩 나온다는데 당연히 주죠. 안 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 농지 다 없어질 겁니다. 지금도 쌀 자급률이 100%가 안 되고, 농지가 계속 줄고 있거든요. 그런데 신경 안 써요. 없으면 사다 먹지 뭐, 이런 개념이죠. 저는 정책 결정을 하는 사람이 돈벌이가 되냐, 안 되냐보다 도시민과 농촌 주민들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대봉감과 망고가 있으면 우리 농민들 힘들고 고향마을, 농촌이 소중하니까 대봉감 사야겠다는 가치관을 가질 수 있는 철학이 있어야 하는 거죠. 아무리 망고가 하나에 천 원이고 대봉감이 2천 원이어도 2천 원짜리를 사 먹으면서 농촌, 농민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끔 정책적으로도 연결하는 다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앞서 언급한 토론회 때 어떤 교수님께서 의도는 그게 아니었겠지만, 농업이 여러 가지 혜택을 보고 있대요. 그래서 제가 말했어요. 각자의 입장이 다를 수 있겠지만, 농업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말은 절대 동의할 수가 없다. 오히려 농업은 희생을 강요당했고 있고 지금도 희생당하고 있는 것이지 어떻게 혜택을 보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냐, 죽지 않을 만큼 직불금 찔끔찔끔 주고 있는 것을 혜택이라고 생각하냐, 세금 안 내는 것을 혜택이라고 생각하냐고 말해버렸죠. 끝나고 그 교수가 와서 의도가 그게 아니었다고 말하긴 했는데 실제로 도시민들이 그런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직불금이다 농민 수당이다 하니까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혜택이라고 생각하면 자식들 농촌에 보내세요 하면 절대 안 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홍성에서도 마을 주민들을 만나보면 ‘기관 사업인데 반대해서 되겠어’ ‘우리도 전기 쓰잖아’ 이런 이야기를 하시거든요. 다른 농촌 지역에 살고 계시는 분들에게,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전해주실 말이 있을까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전기는 필요하다. 전기를 옮기는 송전선로도 필요할 수밖에 없어요. 그걸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쪽의 희생을 통해서 한쪽이 윤택한 삶을 살려고 하는 개념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요. 저는 가끔 독립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구호에 ‘농촌은 도시의 전기 식민지가 아니다’라고 썼듯이, 일제강점기 때 쌀 생산하기 위해서 간척도 하고 실어 나르기 위해서 철도 깔고 했던 거랑 똑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일제가 윤택함과 경제적 발전을 위해서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었던 것처럼 지금 전기라고 하는 것도 농촌 지역에서 재생에너지를 만들고 옮겨가기 위해서 송전선로를 만드는 것이 다를 바가 뭐가 있는가 싶어요. 결국 농촌을 도시와 기업의 전기 식민지로 만들려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에 반대하는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창하지만 제2의 독립운동 같은 개념이다, 식민지 해방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청와대에 면담하러 갔더니 기후 비서관이라는 사람이 이미 많이 진행돼서 어렵다는 얘기하더라고요. 그렇지만 분명히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바꿀 수 있다,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기관 사업이라고 막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요. 대통령도 잘못하면 끌어내리고 탄핵도 시키는 세상에서 지역과 주민을 희생시키는 정책이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바꾸기 위한 노력, 저는 할 수 있는 투쟁이라고 봐요. 당장 신해남-신장성 구간 전면 재검토하고 안 하겠다는 소식이 들리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운동 자체가 지역의 어떤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을 바꾸는 과정에 도움이 되고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만족이죠.
그리고 충분히 바꿀 수 있는 대안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 줄 여러 전문가들이 있어요. 기후부 앞에 가서 집회할 때도 그렇고 국회 앞에서 출범식 할 때도 그렇고 제 목적이 뭐였냐면 우리들한테는 힘을 주고 저들에게는 두려움을 주자는 거였어요. 우리들은 서로 힘 받아야 합니다. 금정면에서, 신북면에서만 싸운다고 이게 해결이 되지 않거든요. 함께 손잡아야지 해결돼요. 영암에서만 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금산, 완주, 논산, 홍성에서도 다 손을 잡아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예요. 또 손을 잡았을 때 힘이 나는 것이고요. 다 여기 남태령 가셨던 분들이에요. 그때 저희만하면 한 100명밖에 안 되었어요. 그런데 응원봉 든 분들이 와주셔서 지켜준 거 아닙니까. 저는 송전선로 싸움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감 있게 싸웠으면 좋겠고, 영암 코딱지만 해도 잘 싸우고 있으니까 다른 지역에서도 힘 내줬으면 좋겠어요. 도시민들한테는 딱 한 마디만 하고 싶어요. 여기도 사람이 살고 있다. 같이 살자. 그래야 같이 살 수 있다. 이 정도만 말씀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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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은 도시의 전력 식민지가 아니다(1) | 권혁주 고압송전선로·철탑건설반대 영암군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인터뷰어 | 장정우, 문수영
2026년 2월 24일, 영암군 신북면
'농農익는 대화'를 통해 농본이 가진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인터뷰를 담을 예정이다.
전국이 신규 송전선로 건설로 떠들썩합니다. 현재 추진되는 사업만 99건, 그 길이만 해도 3,855km에 달합니다. 이 공사가 끝나고 나면 농어촌, 비수도권은 어떻게 될까요? 이번 농農익는 대화에서는 농촌 그리고 농민의 입장에서 지금의 송전선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비수도권과 용인 반도체 산단이라는 엉켜있는 실타래
한편에서는 용인산단을 호남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이 있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되게 어려운 문제입니다. 여러 논쟁이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죠. 아무리 반도체가 미래의 먹거리다 뭐다 하지만, 결국 삼성전자와 SK 먹여 살리려고 국가에서 단지를 구성하고 전기, 물 끌어다 해주는 것이 과연 맞는 건가. 재벌 특혜라는 생각이 들어요. 중요한 것은 용인은 아니라는 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용인은 아니다. 전기도 물도 없는 수도권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더 말씀드리면 지금 송전선로에 쏟아붓고 있는 비용, 그것을 막기 위해서 또 쏟아붓고 있는 대책위나 주민들의 희생, 돈이든 노력이든 다 합치면 용인 반도체 산단을 재검토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며 발생하는 문제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환경을 최대한 오염시키지 않고 지역의 공동체와 농업, 농촌을 지킬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긴 하겠지만, 저는 지역이 가능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분산해야 하고, 거기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도 대기업과 국가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새만금에서도 유치하려고 하고 광주전남에서도 반도체 공장을 가지고 오자고 이야기하는 것에 무조건 쌍수 들고 환영할 수는 없지만, 용인 반도체 산단을 추진하면서 생기는 용수의 문제, 국가 전력망의 위험성, 수도권 집중화 문제보다 훨씬 사회적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올 수 있으면 오는 게 맞다. 단 기본 조건들은 갖춰진 상황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환경을 지키시는 분들이 제 욕을 할지도 모르는데 하여튼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쉬운 문제는 아닐 것 같아요. 전국대책위에서도 논의가 있었는데, 저희가 ‘용인 반도체 산단 재검토’라는 표현을 썼어요. 원래는 에너지 지산지소라는 문구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의견을 내서 변경했죠. 왜냐하면 지산지소를 말하면 기업을 지역으로 가지고 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그러면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 간의 갈등이나 농지가 훼손되고 농민이 희생당하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뒤따르죠.
그래서 지금 분명하게 말해야 하는 것은 용인 반도체 산단을 재검토해야한다는 것이죠. 재검토해도 지금 7~8개 되는 큰 라인들 있잖아요. 다 없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100% 없어질 수는 없지만, 재논의가 될 수 있는 거죠. 주요 소비처가 줄어들거나, 분산된다면 계획 다시 짜야 할 거 아닙니까. 현재는 우리가 쓰지도 않고 필요도 없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선로 건설이잖아요. 지금은 일단 용인 반도체 산단을 어떻게 해서든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제 개인적인 입장입니다. 대책위 내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시는 분도 많이 있거든요. 용인 반도체 산단을 아예 백지화해야 한다고 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저는 그분들 의견도 존중하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송전선로 문제가 지역에 있는 주민들만 싸워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제가 왜 서울로 집회하러 가겠습니까? 사람들에게 알려야 되니까요. 도시와 기업을 위해서 농촌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바꾸지 않으면, 그리고 도시 사람들이나 기업에 다니시는 분들이 여기에 공감하고 동참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 안 돼요. 농촌 사람들이 맨날 머리 빡빡 밀어봤자 해결될 수 없습니다. 그분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대안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송전선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런데 어려워요(웃음).
송전선로, 태양광으로 뒤덮일 농촌의 미래
농촌에 농지태양광이나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이야기도 많잖아요. 농촌 사람들, 농민들 돈 벌기 어려우니까 태양광이라도 해야 하지 않냐는 논리 말고 농촌 내부에서 왜 재생에너지와 태양광이 필요한지 논의가 나와서 진행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농촌과 재생에너지 문제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어떤 고민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제가 영암군농민회 정책실장을 5년 하고 농민회 사무국장을 3년 했는데, 8년의 기간 동안 제가 주로 한 핵심 활동이 농지태양광 문제입니다. 저희가 군청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만 800회를 했어요. 농지태양광을 막기 위해서 별의별 투쟁도 많이 하고 한 5년 정도를 싸웠어요. 금정면에도 풍력발전기 20개 정도가 지금 돌아가고 있거든요. 영암에는 영산강이 지나갑니다. 여기가 간척지가 매우 풍부해요. 영암이 현재 1만 5천 ha 정도가 논 면적이거든요. 그중에서 거의 40% 이상이 간척지예요. 옛날 영산강 끝을 막아버리니까 뻘이 다 농지가 된 거죠. 그런데 여기를 한 5~6년 전부터 태양광으로 덮으려고 계속 들어오고 있어요. 처음에 간척했을 때는 기계가 못 들어가요. 빠지잖아요. 농민들이 몇 년 동안 노력해서 옥답을 만들었어요. 지금은 전국에서 농사짓기 가장 좋은 곳입니다. 수리시설이 잘돼있어서 3년 가뭄이 들어도 여기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이에요. 그만큼 잘 되어있고 쌀 생산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곳인데 여기에 태양광을 하겠다고 업체들이 계속 몰려와요. 지금도 태양광 업자들이 난립해 있습니다. 평당 임대료를 8천 원 줄 테니 태양광 설치하라고 해서 계속 계약을 하고 있어요.
농사를 지으면 1년에 임차하는데 평당 1,500원 주거든요. 1,500원도 비싼 거예요. 예전에는 천 원이었는데 태양광 업자들이 들어오면서 1,500원으로 올랐어요. 그런데 6천 원, 8천 원 줄 테니까 태양광 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무지하게 심각해요. 얼마 전까지는 영암군에서 아예 조례로 못하게 돼 있었거든요. 저희가 몇 년간 싸워서 우량농지는 못하게 조례를 만들었는데, 그거를 없애버렸어요. 이익 공유제 발전은 할 수 있다고 예외조항을 만들어서 우량농지도 태양광을 할 수 있게끔 조례를 바꿔버렸어요. 그렇게 농민회에서 반대했는데 군수하고 군 의원들이 바꿔버린 거죠. 이제 빗장이 풀어져 버렸습니다.
제가 대학 전공을 전기공학 했다고 했잖아요. 제가 교수님들과 별로 안 친하긴 했지만, 교수님들이 여러 공학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없어질 학문이 전기공학이라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왜냐하면 산업을 돌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이니까요. 그 정도로 지금 인류에게 있어서 전기는 매우 중요하죠. 그런데 이 전기를 만들려고 수십 년 동안 농민들이 만들어온 옥답에 태양광 패널을 얹어서 전기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에요. 제가 자주 하는 말로 전기밥통이 없으면 불을 때서라도 밥을 해 먹을 수가 있어요. 그런데 쌀이 없으면 밥 못 먹습니다. 그렇잖아요. 전기도 중요하지만, 쌀을 만드는 생산 기반을 없애버리고 전기를 만드는 생산 기반으로 바꾸겠다는 철학 자체가 문제가 있는거죠.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 거에요.
오직 돈. 평당 1,500원 받던 것을 평당 8천 원 받겠다고 무엇이 중요한지 잊어버리고 돈에만 근거해서 행동하는 거죠. 자치단체도 마찬가지고 국가도 돈이 된다고 하면 무엇이든지 하는 거죠. 저는 그런 생각을 해요. ‘실용주의라는 이름으로 돈에 환장한 정권’ 이재명 정부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돈 되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 ‘이익이 되면 선이다’, 이게 지금 현시대의 논리 아닙니까? 이 논리로 접근하는 태양광, 풍력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활성산 주변에 사시는 분들은 진동, 빛가림, 여러 소음 때문에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요. 태양광, 풍력발전소가 계속 들어오고 발전하면 농촌은 소멸할 수밖에 없어요.
간척지 가서 보시면 농사짓는 젊은 분들이 꽤 있어요. 몇억짜리 엄청 큰 기계를 가져다가 쓰는데 그거 농기계값 하려면··· 이분들은 마지기당 얼마씩 벌려고 농사를 짓고 있는데 땅이 줄어들어요. 지금 미암 3호 간척지를 태양광 할 수 있게끔 아예 열어버렸거든요. 거기가 2천 ha 정도 됩니다. 2천 ha가 없어지는 거예요. 그러면 전체 영암 면적의 11.5%가 사라지게 돼요. 역으로 이야기하면 임차농들에게는 임차료가 11.5% 올라간다고 보는 거죠. 땅 자체가 적어지니까. 그러지 않아도 지금 농업 소득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957만 원이었으니까 천만 원도 안 되는 농업 소득을 갖고 있는데 임차료가 더 올라가요. 지금도 땅을 빌려 농사짓는 농민이 40% 되거든요. 비유하자면 장사하시는 분들이 매출이 100만 원인데 임차료 10만 원까지는 괜찮대요. 15만 원 내기 시작하면 망한다고 그러는데, 이런 상황에서 임차료가 또 오른다? 그럼, 누가 농사짓겠어요. 가버리죠. 겨울에는 대불공장 가서 용접하시는 젊은 농민들이 많아요. 이자라도 번다고. 그런데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농촌은 젊은 사람들이 더 없고 나이 드신 분들만 태양광 패널 바라보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거죠. 결국 농촌이 파괴되고 농업이 무너지고 농민이 떠나가게 되면 국가가 없는 거예요. 전기 만들어서, 전기만 팔아서 먹고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특히 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서 지난번에 무슨 토론회가 있어서 갔었는데 저 빼놓고 다 영농형 태양광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거기서 제가 그 이야기를 했어요. 토론회가 광화문 사거리 빌딩에서 열렸는데, 여기 서울 와서 보니까 건물마다 태양광 있는 데는 없더라. 서울 강남에서 쓰는 전기가 영암 전체에서 사용하는 양의 14배인가, 15배인가 돼요. 강남구에서만 쓰는 게. 그리고 우리 영암에서 허가 난 태양광, 풍력을 합치잖아요. 그것만으로 영암 전력 자급률이 180%가 되요. 이미 이런 상황인데 도시와 기업은 과연 재생에너지를 얼마큼 스스로 생산하려고 노력했는가. 전혀 노력 없잖아요. 싼 전기 그냥 갖다 쓰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농촌 지역에, 농민들에게 희생을 계속 강요하고 있는 거죠. 이렇게 되면 저는 농업, 농촌만 망하는 게 아니다. 도시와 기업도 망할 수밖에 없다. 누가 먼저 망하냐의 문제인 것이지 결국은 모두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재생에너지는 도시와 기업에서 먼저 최대한 해보고 할 때까지 뒤지게 해보고 안 되겠다고 하면 유휴부지부터 찾아보고 그래도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게 정상인 거잖아요. 그래도 안 되겠다고 하면 이 지역에 한해서만 집중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합시다, 대신 여기에서 나는 이익금은 어떻게 분배를 합시다, 이렇게 해야죠. 이익금도 기업에다 맡기면 돈벌이밖에 안 되니 국가나 자치단체에서 직접 운영해야죠. 원자력발전소는 국가에서 공사하잖아요. 태양광도 마찬가지로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에서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하고 자치단체에서 유휴부지를 찾아야죠. 정 안 돼서 농지에 한다 해도 협의를 하고 나서 이익금은 그 지역 주민들이 최대한 쓸 수 있도록 정책이 되어야만 하는데, 지금 정책은 돈, 권력, 재생에너지라는 명분 이 세 개만 가지고 막무가내로 밀고 오는 거예요. 완전 자본 논리입니다. 그러니 돈 없고 힘없고 명분마저 재생에너지에 밀리는 농촌 주민들이 무슨 힘으로 어떻게 막겠어요? 자꾸 해상풍력, 육상풍력, 대규모 간척지 태양광 이런 것들을 밀어붙이면 저는 똑같이 된다. 결국 자본의 논리잖아요. 인류가 왜 기후위기에 처했어요? 온실가스 때문이잖아요. 무분별한 개발 때문이고, 돈 때문이고. 이거를 극복하기 위해서 또다시 돈을 이야기하고 자본의 논리로 해결하려 들면 결국 망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농민 소득은 농업 소득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죠. 농민들이 이자 노름하고 땅 팔아서 투기하고 돈 버는 게 아니라, 농사를 지어서 나온 농업 소득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높이는 방향으로 농업 정책이 만들어져야죠. 값싼 수입농산물 갖다 풀면서 농업소득 올리기 위해서 땅 가지신 분들한테 영농형 태양광 하세요 하잖아요. 이게 소위 농農자를 앞에다 붙일 수 있는 사람인 건가 싶어요.
그래서 영암도 간척지 태양광 문제 때문에 지금 계속 싸우고 있고요. 이 지역은 농지 소유 구조 자체가 자작농은 한 40%도 안 돼요. 보통은 임차농이 약 60%라고 이야기하는데, 실제 계약하지 않고 땅을 빌려 농사짓는 이들까지 하면 더 높을 수도 있어요. 그럼 그 많은 부재지주들, 도시에 상속받은 사람들은 평당 8천 원 준다는데 누가 거부해요. 한 단지에 1년에 9천만 원씩 나온다는데 당연히 주죠. 안 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 농지 다 없어질 겁니다. 지금도 쌀 자급률이 100%가 안 되고, 농지가 계속 줄고 있거든요. 그런데 신경 안 써요. 없으면 사다 먹지 뭐, 이런 개념이죠. 저는 정책 결정을 하는 사람이 돈벌이가 되냐, 안 되냐보다 도시민과 농촌 주민들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대봉감과 망고가 있으면 우리 농민들 힘들고 고향마을, 농촌이 소중하니까 대봉감 사야겠다는 가치관을 가질 수 있는 철학이 있어야 하는 거죠. 아무리 망고가 하나에 천 원이고 대봉감이 2천 원이어도 2천 원짜리를 사 먹으면서 농촌, 농민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끔 정책적으로도 연결하는 다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앞서 언급한 토론회 때 어떤 교수님께서 의도는 그게 아니었겠지만, 농업이 여러 가지 혜택을 보고 있대요. 그래서 제가 말했어요. 각자의 입장이 다를 수 있겠지만, 농업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말은 절대 동의할 수가 없다. 오히려 농업은 희생을 강요당했고 있고 지금도 희생당하고 있는 것이지 어떻게 혜택을 보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냐, 죽지 않을 만큼 직불금 찔끔찔끔 주고 있는 것을 혜택이라고 생각하냐, 세금 안 내는 것을 혜택이라고 생각하냐고 말해버렸죠. 끝나고 그 교수가 와서 의도가 그게 아니었다고 말하긴 했는데 실제로 도시민들이 그런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직불금이다 농민 수당이다 하니까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혜택이라고 생각하면 자식들 농촌에 보내세요 하면 절대 안 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홍성에서도 마을 주민들을 만나보면 ‘기관 사업인데 반대해서 되겠어’ ‘우리도 전기 쓰잖아’ 이런 이야기를 하시거든요. 다른 농촌 지역에 살고 계시는 분들에게,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전해주실 말이 있을까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전기는 필요하다. 전기를 옮기는 송전선로도 필요할 수밖에 없어요. 그걸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쪽의 희생을 통해서 한쪽이 윤택한 삶을 살려고 하는 개념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요. 저는 가끔 독립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구호에 ‘농촌은 도시의 전기 식민지가 아니다’라고 썼듯이, 일제강점기 때 쌀 생산하기 위해서 간척도 하고 실어 나르기 위해서 철도 깔고 했던 거랑 똑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일제가 윤택함과 경제적 발전을 위해서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었던 것처럼 지금 전기라고 하는 것도 농촌 지역에서 재생에너지를 만들고 옮겨가기 위해서 송전선로를 만드는 것이 다를 바가 뭐가 있는가 싶어요. 결국 농촌을 도시와 기업의 전기 식민지로 만들려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에 반대하는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창하지만 제2의 독립운동 같은 개념이다, 식민지 해방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청와대에 면담하러 갔더니 기후 비서관이라는 사람이 이미 많이 진행돼서 어렵다는 얘기하더라고요. 그렇지만 분명히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바꿀 수 있다,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기관 사업이라고 막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요. 대통령도 잘못하면 끌어내리고 탄핵도 시키는 세상에서 지역과 주민을 희생시키는 정책이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바꾸기 위한 노력, 저는 할 수 있는 투쟁이라고 봐요. 당장 신해남-신장성 구간 전면 재검토하고 안 하겠다는 소식이 들리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운동 자체가 지역의 어떤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을 바꾸는 과정에 도움이 되고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만족이죠.
그리고 충분히 바꿀 수 있는 대안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 줄 여러 전문가들이 있어요. 기후부 앞에 가서 집회할 때도 그렇고 국회 앞에서 출범식 할 때도 그렇고 제 목적이 뭐였냐면 우리들한테는 힘을 주고 저들에게는 두려움을 주자는 거였어요. 우리들은 서로 힘 받아야 합니다. 금정면에서, 신북면에서만 싸운다고 이게 해결이 되지 않거든요. 함께 손잡아야지 해결돼요. 영암에서만 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금산, 완주, 논산, 홍성에서도 다 손을 잡아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예요. 또 손을 잡았을 때 힘이 나는 것이고요. 다 여기 남태령 가셨던 분들이에요. 그때 저희만하면 한 100명밖에 안 되었어요. 그런데 응원봉 든 분들이 와주셔서 지켜준 거 아닙니까. 저는 송전선로 싸움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감 있게 싸웠으면 좋겠고, 영암 코딱지만 해도 잘 싸우고 있으니까 다른 지역에서도 힘 내줬으면 좋겠어요. 도시민들한테는 딱 한 마디만 하고 싶어요. 여기도 사람이 살고 있다. 같이 살자. 그래야 같이 살 수 있다. 이 정도만 말씀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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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은 도시의 전력 식민지가 아니다(1) | 권혁주 고압송전선로·철탑건설반대 영암군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인터뷰어 | 장정우, 문수영
2026년 2월 24일, 영암군 신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