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메가’ 이전에 ‘숙의’부터

2026-07-14

하승수 대표가 언론에 기고한 기사입니다.


‘메가’ 이전에 ‘숙의’부터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를 정리한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찾아서 읽어보았다. 206쪽에 달하는 문서이다.


‘메가’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보니, 다섯 군데에서 ‘메가’라는 단어가 검색된다. 주로 규제를 완화하는 ‘메가특구’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숙의’라는 단어로도 검색해보았다. 열 군데에서 ‘숙의’라는 단어가 검색된다. ‘국민의 국정 참여와 숙의 공론을 활성화함으로써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제고하고 국민주권을 체감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재명 정부를 보면 ‘숙의’는 사라지고 ‘메가’만 외치는 느낌이다. 


그러나 숫자는 어마어마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 망연자실한 농민에게, 당장 안정된 주거가 필요한 사람에게, 일자리와 소득이 부족하고 미래가 불안한 사람에게 이런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나?


수도권 일극 집중을 해소하겠다는 방향은 필요하다. 그러나 수도권 일극 집중은 ‘큰 숫자’를 제시한다고 해서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 일극 집중을 강화하는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예를 들면 비수도권에서 의대 인가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수도권 병원에서 교육이 이뤄지는 변칙 사례가 있다. 이런 사례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비수도권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개선하고, 교육·돌봄·대중교통 등부터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균형발전을 하겠다면, 수도권의 전력수요부터 분산시켜야 한다. 수도권은 발전량에 비해 너무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 서울의 전력자급률은 10%대, 경기도의 전력자급률은 60%대에 불과하다. 그래서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초고압 송전선들이 숱하게 건설됐다. 그런데도 수도권에 새로운 대규모 공장을 짓겠다는 것은 비수도권을 전력식민지로 고착시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전력도 없는 용인에 원전 10기 분량의 전력이 필요한 반도체 국가산단을 조성하겠다는 것부터 멈춰야 한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경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아무 대책도 없이 2023년 3월15일 발표했고, 이후 졸속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착공도 안 했고, 토지 보상률도 절반 이하 수준이다. 정치적 부담이 있더라도 이런 사업부터 재검토해야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숙의 공론’의 장을 열면 된다.


또한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전후의 사정들을 보면, 갈팡질팡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재생가능에너지의 간헐성 때문에 원전을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동문서답’ 같은 얘기이다. 원전은 경직성 전원으로 분류된다. 수시로 출력을 제어할 수 있는 발전소가 아니다. 간헐성을 보완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발전소다. 무엇보다도 10만년 이상 보관해야 할 ‘사용후 핵연료’의 처분 방법도 아직 찾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원전을 확대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외국 기업을 위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대거 설치하겠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데이터센터가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도 전기요금 상승, 수자원 고갈 등을 낳는 데이터센터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심해지는 기후위기를 생각해도, 물과 에너지는 주권 차원에서 확보하고 관리해야 한다. 함부로 외국 기업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늘릴 일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속도’를 강조하는데,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속도도 낼 수 있다. 자동차가 엉뚱한 길로 방향을 잡고 속도를 내면 어떻게 되겠나? 재검토해야 할 것은 재검토하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얘기를 쏟아내는 것은 혼란과 갈등으로 가는 고속도로에 올라타는 것일 뿐이다. 자칫 잘못하면 ‘메가프로젝트’가 아니라 ‘메가혼란’만 부추길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숙의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 윤석열 정권 때부터 잘못 추진되어온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같은 사업은 재검토를 위한 숙의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나 원전 확대 여부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참여하는 숙의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 그것이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바 아닌가?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정책 결정의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하고, 국민주권은 훼손될 뿐이다. 국민주권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문제일수록 숙의 공론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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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이전에 ‘숙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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