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농협, 공적 책임과 조합원 존중이 필요

2026-05-12

하승수 대표가 언론에 기고한 기사입니다.


농업협동조합법 제5조는 ‘최대봉사의 원칙’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조합과 중앙회는 그 사업 수행 시 조합원이나 회원을 위하여 최대한 봉사하여야 한다”, “조합과 중앙회는 일부 조합원이나 일부 회원의 이익에 편중되는 업무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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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 당연히 농민 조합원을 위해 봉사하는 조직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최근에 필자가 들은 얘기 중 하나는 ‘농협 중앙회는 신이 내린 직장이고, 도시 조합은 신이 감춰둔 직장’이라는 것이었다. 씁쓸한 얘기이다.


물론 농협 본래의 취지에 맞게 활동하려는 조합들도 있고, 최대봉사의 원칙에 맞게 노력하는 조합장들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농협의 상황을 보면,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개혁이 추진되고 있는데, 논의과정을 보면 우려되는 점들이 많다. 농협 중앙회와 일부 단위 조합장들이 ‘농협의 자율성’을 주장하는데, 누구를 위한 자율성인지 알 수가 없다. 지금처럼 비리가 심각한 상황이면, 오히려 내부에서 강력한 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와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런 자성의 모습은 없고 ‘자율성’만 내세우는 것은 개혁에 저항하려는 모습으로 보여질 수밖에 없다.


협동조합의 자율성이 ‘비리를 저지를 자율성’일 수는 없다. 농협은 금융업과 경제사업을 동시에 영위할 수 있는 특혜를 받고 있다. 그에 상응하는 공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최대 봉사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라면, 조합원들을 위해서도 공적인 통제는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든 것에는 주무부처의 책임도 크고, 국회의 책임도 크다. 그래서 새로운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감사기구의 독립도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


최소한 금융감독원 정도의 독립성을 가진 감사기구가 필요하다. 감사기구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도 일정한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장을 금융위원회 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임명권자가 누구인가는 ‘누구에 대해 책임을 지느냐’의 문제이다. 전국민이 직선으로 뽑는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는 것은, 임명되는 사람이 대통령을 통해 전체 농민과 국민들에 대해 책임을 지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또한 모든 논의과정에서 조합원이 존중되어야 한다. 조합원에게 정보공개청구권을 보장해야 하는 이유는 농협의 주인은 조합원이기 때문이다. 조합원에게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협동조합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다. 그런데 ‘농협의 자율성’을 주장하면서, 정보공개청구권 보장에는 반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조합원 주권을 부정하면서 주장하는 ‘자율성’이란 진정한 의미의 자율성이 아니라 ‘기득권자들의 자율성’일 수밖에 없다.


조합원 직선제에 반대하는 일부 주장도 문제이다. 고령의 조합원이 많다거나 조합원들이 평소 농협중앙회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어서 투표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식의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온 고령의 조합원을 존중하지 않는 이런 식의 태도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또한 조합원들이 농협중앙회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는 농협중앙회가 폐쇄적이기 때문이고, 중앙회장 선거에서 투표권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 조합원 직선제에 반대하는 논리는 19세기 유럽에서 ‘보편적 선거권’에 반대하던 논리와 비슷한 면이 있다. 민주주의의 관점이나 인권의 관점에서 매우 문제가 있는 얘기인 것이다.


농협 개혁은 오래된 숙제이고, 어려운 과제이다. 개혁방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적인 책임을 도외시한 자율성을 주장하거나, 조합원들을 무시하는 듯한 주장은 곤란하다. 또한 지금 상황에서도 자기 기득권을 지키려고 몰두해서는 안 된다. 농업협동조합법 제5조의 ‘최대 봉사의 원칙’에 맞게 제대로 된 개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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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공적 책임과 조합원 존중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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