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선거제도 개혁 없는 행정통합은 ‘제왕 만들기’

2026-02-22

하승수 대표가 언론에 기고한 기사입니다.


대전-충남 통합으로 시작된 행정통합 논의가 날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정작 시작점이 된 대전-충남의 경우, 국민의힘이 지배하는 대전시의회와 충남도의회가 ‘통합 반대 결의’를 한 상황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간 통합은 주민투표를 거치거나 지방의회의 의견을 듣도록 되어 있다. 최소한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대전시의회와 충남도의회가 기존의 찬성 의결을 뒤집었다.

입장을 번복한 대전시의회와 충남도의회도 문제이지만, 애초에 주민투표 없이 ‘지방의회 의견 청취’로 대체하려 한 발상 자체가 문제였다. 국민의힘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대전시의회와 충남도의회를 어떻게 믿고 행정통합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추진했는지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혼란에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도 크다.


일당 지배 놔두고 행정통합만?

그러나 이것이 과연 수도권 일극 집중을 해소하고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경쟁이 상실된 일당 지배의 지역 정치를 그대로 둔 채 통합특별시장에게 막대한 권한과 예산을 부여하는 것이 어떤 위험과 부작용을 낳을지 우려스럽다.

대구-경북의 경우 최근 일부 변화 조짐이 있지만 여전히 국민의힘이 우세한 지역이다. 큰 정치적 변화가 없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절대다수 의석을 국민의힘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국민의힘 공천 경쟁이 치열하다. 공천이 곧 당선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일당 지배 구조를 깨는 작업이 행정통합과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영남대 교수와 장안대 총장을 지낸 정치학자 김태일 교수는 페이스북에 “선거제도 개혁 없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재앙”이라고 밝혔다. 그는 “막강한 단체장–유명무실한 지방의회–허약한 시민사회에 20조 원을 투입하고 권한까지 안겨주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단체장만 황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종가’를 만들겠다는 이철우 경북지사

실제로 이런 의지를 드러낸 인물도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행정통합을 통해 중앙정부로부터 권한을 대폭 이양받아 “자유 우파, 보수의 종주 지역으로서 우리가 종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지금도 시·도지사의 권한은 지역 내에서 ‘제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통제 장치 없이 권한이 더 확대된다면 그야말로 ‘폭주하는 기관차’가 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행정통합을 추진하더라도 특별법에 선거제도 특례 조항을 둘 필요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특별법을 통해 다른 시·도와 다른 선거제도를 운영해 온 사례가 있다. 제주에서는 육지에서 폐지된 교육의원 제도가 2026년 6월까지 유지되고 있고, 비례대표 의석 비율도 20% 이상으로 다른 시·도보다 높다. 통합특별법을 통해 선거제도 특례를 두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대안도 이미 제시돼 있다. 광역의회는 지역구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고,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30%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있다.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보정의석 방식으로 바꾸면 열세 정당도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정당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정당에는 비례대표를 배분하지 않고, 지역구 당선자가 적은 정당에 우선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는 선거의 비례성, 즉 표의 등가성을 높이는 제도다.

기초의회의 경우 2인 선거구를 폐지하고 3인 이상 선거구로 확대하며, 비례대표 배분도 보정의석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특정 정당의 의석 독식을 막는 장치다.


‘살당공락’ 선거제도 그대로 둔 행정통합은 개악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지방의회 선거제도를 두고 ‘살당공락’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살인자라도 지역 우세 거대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당선되고, 공자라도 공천을 받지 못하면 낙선한다는 뜻이다.

이런 선거제도를 그대로 둔 채 광주-전남과 대구-경북을 통합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여당인 민주당은 행정통합을 재검토해야 한다. 추진하더라도 최소한 선거제도 개혁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 민주주의는 후퇴할 것이며, 그 책임은 고스란히 여당이 떠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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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혁 없는 행정통합은 ‘제왕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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