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국가기간 전력망을 용역업체 손에 맡겨도 되는가

2026-01-25

하승수 대표가 언론에 기고한 기사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역대급 규모의 초고압 송전선들이 추진되고 있다. 장거리 송전용인 34만 5천 볼트 송전선만 하더라도 숫자를 세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비수도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한 것이다.

2025년 5월에 발표된 11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2023년 9994C-㎞(서킷킬로미터)인 34만5000V 송전선은 2038년 1만 9284C-㎞로 늘어날 예정이다. 2배로 증가시키겠다는 것이다.


용인 반도체? 용인에 원전 10개 짓는 수밖에

이렇게 34만 5천볼트 송전선이 많이 필요해진 이유는 용인에 추진 중인 2개의 반도체 산업단지 때문이다. SK가 추진해 왔던 ‘일반산업단지’와 삼성이 들어간다고 하는 ‘국가산업단지’가 그것이다. SK는 현재 1호기를 짓고 있고, 삼성의 국가산업단지는 아직 토지보상 단계이다.

SK의 일반산업단지는 문재인 정권에서 승인된 것이고, 삼성의 국가산업단지는 2023년 3월 윤석열 정권에서 발표한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정권은 전력공급대책도 없이 덜컥 원전 10기 분량의 전력이 필요한 ‘국가산업단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두 반도체 산업단지에서 필요한 전력을 합치면 원전 15개 – 16개 분량에 달한다. 그중 원전 4개 분량은 천연가스(LNG) 발전소 8개를 지어서 충당하겠다는데, 이건 온실가스 감축과 역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원전 11개 – 12개 분량(11GW – 12GW)은 외부로부터 조달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남해에서 태양광, 풍력으로 생산된 전기를 용인까지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남, 전북, 충남, 세종 등지에서 수많은 34만 5천볼트 송전선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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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간 전력망이라면서, 입지선정은 용역업체에게

아직까지는 정책을 되돌릴 시간이 있다. 삼성이 들어간다고 하는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아직 착공은커녕, 토지보상도 끝나지 않았다. SK도 1호기만 짓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초고압 송전선들도 아직 입지선정 단계에 있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국가기간 전력망이라고 하면서, 입지선정 업무를 용역업체들에게 맡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 자체조달시스템(https://srm.kepco.net/index.do)에 들어가서 ‘입지선정’으로 검색을 해 보면, 34만 5천볼트 송전선 등에 대한 입지선정 관련 용역들이 나온다. 예를 들면 신계룡-북천안 34만 5천볼트 송전선 입지선정 용역이 2024년 2월 22일 공고되었다.

80억원이 넘는 용역의 과업지시 내용을 보면, ‘입지선정위원회 구성ㆍ운영 및 경과지 선정’이 들어가 있다. 한마디로 용역업체에게 송전선 입지선정위원회의 구성ㆍ운영과 송전선 경과지 선정을 맡긴다는 것이다. 주민의견수렴, 대관협의도 용역 범위에 포함되어 있다.


용역업체에 의한 입지선정 추진을 중단해야

이처럼 국가기간 전력망인 34만 5천볼트 초고압 송전선 입지선정위원회의 구성ㆍ운영과 경과지 선정, 주민의견수렴 등이 용역업체에게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지금 신계룡-북천안 이외에도 지금 여러 개의 초고압 송전선 입지선정 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용역업체에게 책임성과 투명성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용역기간 내에 용역을 마무리해야 하는 업체가 주민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한전의 경우에도 일종의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입지선정운영위원회의 운영주체로 적절하지 않다. 한전 역시 송전선을 하루 빨리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기간 전력망이라면, 당연히 정부부처(기후에너지환경부)가 입지선정과 관련된 업무를 책임지고 수행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정부는 뒤로 빠지고 한전도 아닌 용역업체가 입지선정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럴거면 국가기간 전력망이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

지금 민간용역업체들이 진행하고 있는 초고압 송전선 입지선정 작업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용인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대한 전면 재검토의 필요성을 생각하더라도 입지선정작업은 중단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주권’ 정부라면, 정부가 한전이나 용역업체 뒤에 숨지 말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기사 전문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국가기간 전력망을 용역업체 손에 맡겨도 되는가-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불러온 초고압 송전선 확대와 입지선정 책임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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